【중국동포신문=오피니언】모든 인간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를 ‘인권(人權)’이라 부른다. 인권은 국적이나, 민족, 피부색, 빈부격차 등 외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된 권리이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침해받을 수는 없다.
인권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은혜롭게 베풀어 주는 혜택도 아니다. 오히려 인권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부는 쓸모가 없다. 정부의 존재이유가 바로 개인의 인권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인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만든다면, 이는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그 자체로 효력이 없다.
출입국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
그 동안 한국의 출입국 정책은 마치 소모품을 교환하듯 단기간의 노동력을 이용하고 체류자격을 박탈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주화를 유도하기 보다는 소수에 대한 선별적 포섭과 배제된 다수에 대한 폭력적인 단속으로 일관해왔다. 법무부의 출입국 정책의 방향이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폭력적인 단속과정에서 많은 이주민들의 인권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많은 전문가들과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출입국관리소의 이러한 불법단속에 대한 시정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 12월 20일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대한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이주민 지원 단체들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오히려 인권침해로 지적되 온 불법단속에 대한 법적 정당화 근거를 마련하는 심각한 개악(改惡)안이다.
먼저,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의심만으로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포함하여 그 밖에 필요한 모든 장소(집, 기숙사, 쉼터, 식당 등)에 얼마든지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법률안 제47조의2). 그 동안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사업장 등에 무단으로 출입하여 단속활동을 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이를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이러한 위법적 단속활동을 합법적으로 만들어 버린 규정이다. 만약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는 동네 주민이 ‘우리 동네에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 같다’는 제보만 있으면,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장소의 제한 없이 어디든지 자유롭게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영장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이주민 뿐 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영업의 자유, 주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것이다.
개인정보 오ㆍ남용 위험성 커
다음으로, 이번 개정안에서는 법무부장관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직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존 범죄경력 및 수사경력 뿐만 아니라, 여권발급정보, 주민등록정보, 사업자등록정보, 가족관계등록정보, 심지어 자동차등록정보까지 관계 기관에 요청할 수 있고, 정보제공을 받은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두었다. 개별적인 정보들을 하나의 기관이 필요에 따라 통합하여 관리하는 경우 해당 정보의 오ㆍ남용의 위험성은 훨씬 높아진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현행법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외에도, 자동 출입국 심사 등록을 위해 지문이나 얼굴과 같은 개인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있게 하거나, 각종 체류허가 신청과정에서 단순 허위 신청자에 대한 처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한 것 등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출입국자 관리라는 행정편의를 위해 이주민의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이주민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으로 재단하여 관리할 수 있는 규모와 수준을 넘어섰다. 이주민들의 적법한 체류자격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동등한 인간으로서 이주민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주민들과의 평화로운 공존과 사회 통합을 위해서 지금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단속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조영관 사무국장(이주민지원센터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