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에서 지내고 싶어 한 것을 보면 한국에서의 삶을 얼마나 갈망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년은 적법한 국내 체류자격을 얻고 싶어 했고, 그 체류자격이 성년까지 유지되기를 원했다.
소년의 사연을 접한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미등록 상태에서 상당 기간 국내에 체류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바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는 없다. 본국으로 자진 출국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다시 입국하려고 비자를 신청할 때에도 신청자격의 유형을 불문하고 3년 이상의 입국규제 기간의 적용을 받거나, 심각한 경우 규제기간조차 정확히 고지 받지 못하고 입국이 불허되기도 한다.
현재 소년을 보호하고 있는 부모님의 친척이 한국 국적 보유자이므로 본국에 있는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 이 소년을 입양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한국인이 입양한 미성년인 외국 국적 아동은 한국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국적법 제7조 제1항 제1호 본문에서 정하는 특별귀화 절차를 밟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제입양은 간단한가? 그렇지 않다. 현행 민법상 미성년자의 입양은 양친이 될 사람의 자격요건을 심사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은 후 신고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한국인이 외국 국적 아동을 입양하는 경우 양자가 될 아동의 본국법에서 정하는 양자의 보호요건까지 모두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입양이 되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도 아니다. 미등록 외국인에게는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출입국 실무정책의 원칙은 한국인에게 입양된 미성년 미등록 아동이 특별귀화를 신청하는 경우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귀화허가신청제도는 국적법 제7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외국인등록 사실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미성년 입양 후 특별귀화를 신청해도 신청 자체를 받아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
위 조항은 ‘(귀화허가 신청자가)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을 귀화의 요건으로 하므로 이주아동이 입양허가를 받은 후 본국으로 자진해서 출국하더라도 본국에서 귀화허가를 신청할 수 없고 다시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한 후 특별귀화를 신청하여야 한다. 이때 출입국 당국은 소년의 미등록 체류사실을 근거로 앞에서 말한 입국제한조치를 취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귀화요건 심사 시 부딪칠 우려가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의 해석 문제다. 법률상 주소를 반드시 주민등록 또는 외국인등록상 주소지로 한정하지는 않지만, 국내 거주지가 주소, 즉 생활의 근거지인지, 계속적 거주의사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미등록 체류사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소년 본인은 입양을 통해서라도 10년 이상을 자라난 한국에 남겠다는 의사가 확고한데도 이러한 난점 때문에 한국에서의 삶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이처럼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자신의 의지, 능력과는 무관하게 출발부터 대한민국을 거주지로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모국에 대한 소속감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고 성년 이후의 진로를 설계할 중요한 시기에 국내 체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극심한 혼란을 겪곤 한다.
최근 국회 차원에서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이하 ‘이주아동 기본법’) 등의 제정을 논의하면서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생존권, 의료권, 교육권 등 기본권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주아동 기본법이 입법된다면 이주아동들이 한국에서의 체류를 보장받는 기간 동안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와 기회가 확대된다.
교육을 마치고 성년이 된 시점에 ‘실질적 한국인’이 된 수많은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한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기를 원하고, 나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합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제도를 먼저 정비하지 않는다면 이주아동 기본법은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미등록 외국인을 양산하는 법이 될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 어린이날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을 포함해서 이 땅에서 뛰어노는 모든 아이들이 근심 없이 한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주기 위해 국경과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우리 어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