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필자 역시 위와 같은 찾아가는 법률지원 활동의 차원에서 라파엘 클리닉 관련자 분들과 함께 춘천보건소에 다녀왔는데 오늘은 그곳에서 받은 느낌을 간단히 글로 정리해 볼까 한다.
필자의 집에서 아침일찍 자가용 차로 출발하여 약 100킬로미터 정도 주행하여 도착한 곳이 그날 이주민들에게 의료 및 법률지원을 행한 춘천보건소가 자리한 곳이었다. 수십대의 차량 주차가 가능한 좁지 않은 공간이었으나 의료진들, 안내요원들, 점심 식사 배식하는 분들, 그 외 자원봉사자 분들, 그리고 방문 이주민들로 인해 금새 시끌벅적한 장터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보건소 건물 내에 위치한 작은 방에서 법률상담을 진행하였는데, 아쉽게도 이날따라 사전에 충분한 공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인지 많은 상담자를 접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라파엘 관련자분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춘천만 하여도 지방에 위치해 있어서, 이주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 때 가족(이주결혼하여 새로 생긴 가족)과 이웃에서 오히려 그와 같은 권리행사를 막는 경향이 있기에, 그와 같은 분위기도 상담자가 많지 않은 하나의 이유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즉, 지방에 거주하는 이주민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결혼 이민자들인데, 외국인 여성으로서 그들이 지내면서 겪는 어려움들에 대하여 법률적인 구조수단에 접근하는 것을 가족이나 이웃들이 오히려 꺼려하기에 외국인 여성들에게 이와 같은 상담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주 외국인들의 특성상 언어적인 제약 때문에 이와 같은 접근이 어려울 것이 당연히 예상되기는 한다. 그런데 그것이 언어적, 외적 제약 때문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 이웃 등 인적 제약 때문이라니 그건 참 큰 문제가 아닌가.
위와 같은 제약의 근간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자리하고 있겠지만, 특히 한국 고유의 (왜곡된?) 유교문화와 그로인해 파생된 가정 내지 지역사회 내부의 일에 대한 외부의 접근을 회피하는 경향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내 가정(또는 내가 속한 집단)의 문제에 남들이 끼어들지 말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아직도 일부 지역과 사람들에게는 굳게 자리하고 있으며, 그러한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어느 가정(또는 집단)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주민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접하고도, 남의 가정사(또는 남의 일)에 쉽게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해결책에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이웃들이 여전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서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고 여기기에는 안타까운 현실의 일면이다. 그와 같은 현실을 생각하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춘천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