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퇴거명령과 출국명령을 비교할 때, 설사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둘 사이의 차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용어에서 주는 어감만으로 강제퇴거명령이 출국명령에 비해 훨씬 무겁고 강력한 처분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전 칼럼에서 제가 몇 차례에 걸쳐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적법하게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중국동포에 대하여 체류자격을 박탈하여 더 이상 한국에서 체류할 수 없도록 하는 처분이라는 점에서 출국명령과 강제퇴거명령에는 차이가 없으나, 각각의 처분이후 당사자가 처해지는 상황은 크게 다릅니다.
출국명령의 경우에는 일정기한까지 출국할 의무를 부담할 뿐으로 위 기한까지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강제퇴거명령의 경우에는 보호처분을 통해 바로 외국인 보호소에 감금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호소의 생활은 ‘보호’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실상 일반 형사범들을 수용하는 교도소의 생활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보호소는 교도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출국명령과 강제퇴거명령이 효과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 요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에 대하여 출입국관리법에서는 제46조(강제퇴거명령)와 제68조(출국명령)에서 그 요건을 따로 정해놓고 있으므로 형식상으로는 요건 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출입국관리법 제68조 제1항 제1호에서 ‘강제퇴거명령 대상자에 해당하나 자진하여 출국하려는 사람’의 경우에도 이를 출국명령 대상자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쉽게 해석하면 강제퇴거명령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나가겠다고 하면 출국명령을 내려주겠다는 것으로써, 얼핏 이는 해당 외국인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오히려 이로 인해 해당 외국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진출국확인서를 통한 출국명령 처분의 과정 및 문제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특정 외국인에 대하여 체류관련 규정의 위반으로 체류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위반내용이 심히 중대한 경우에는 바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리겠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단 외국인을 불러 더 이상 체류할 수 없게 되었음을 통지한 후 강제퇴거명령을 내릴 경우보호처분에 의해 보호소에 감금 되는 등의 불이익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에 이어서 ‘다만 만약 강제퇴거명령 전에 스스로 자진하여 출국하겠다는 자진출국확인서를 작성하고 항공기 탑승권을 가져올 경우 강제퇴거명령 대신에 출국명령을 내어주겠다’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이러한 설명을 들은 당사자는 강제퇴거명령 이후 보호소에 감금될 것이 두려워 담당 공무원의 요구대로 자진출국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출국명령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실무관행의 문제는 출입국행정에 있어 강제퇴거나 출국명령의 해당 요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자진출국확인서를 통해 출국명령을 남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강제퇴거는 물론 출국명령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단 당사자의 자진출국확인서를 징구한 다음 이를 근거로 쉽게 출국명령을 내리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적인 태도로써 여기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의 권리구제를 위해 진행되는 재판과정에 발생합니다. 이러한 출국명령을 받은 당사자가 뒤늦게 위 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경우, 피고 위치에 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당사자가 제출한 자진출국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하여 ‘당사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고, 나아가 스스로 자진하여 출국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하기까지 하였다’면서 이제와 당사자가 다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단순한 당사자의 변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처분의 적법성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많은 재판부에서 처분청인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이러한 주장에 반응하여 당사자가 작성한 자진출국확인서를 주요한 근거로 하여 출국명령 처분의 당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진출국명령확인서를 근거로 하여 해당 출국명령처분이 적법하다거나, 스스로 출국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출국하더라도 당사자가 입게 되는 피해가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습니다. 앞서 본바와 같이 자진출국확인서는 강제퇴거명령을 통한 보호처분을 피하기 위해 당사자가 어쩔 수 없이 작성하는 것으로써,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작성되는 문서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성과정에 있어서 이러한 당사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제출한 자진출국확인서의 내용에만 주목하는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와 출국명령 당시 존재하였던 객관적인 상황을 왜곡하여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출국명령처분에 있어 올바른 대응방안
출입국관리법 제68조 제1항 제1호가 존재하는 이상 자진출국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실무관행이 크게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이러한 확인서를 작성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출국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불필요하게 처분의 경위와 관련하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을 작성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출석요구를 받은 경우 출석에 앞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도 필요하고, 나아가 출국명령을 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출국명령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재판부에 대하여 당사자의 입장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제가 수행하였던 소송 중에는 자진출국확인서에 대하여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해 작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를 근거로 처분의 적법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처분의 취소를 인정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법령상 광범위하고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강제퇴거명령의 요건을 좀 더 분명하고 엄격히 하여,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강제퇴거명령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당사자로부터 자진출국확인서를 받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