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내 가득한 포구에서 제철 맞은 굴을 구워 먹으며 바다 너머로 잠기는 석양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한다. 잠시라도 도시에서 몸을 빼내 여유로운 겨울의 한 자락을 만나러 천북 굴단지로 떠난다. 그곳에는 제철 맞은 굴과 향긋한 바다 내음이 우리를 유혹한다.
8월에 산란을 마친 굴은 가을에 살이 차기 시작해 겨울에 최상의 상태가 된다. 안타까운 것은 홍성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바닷길이 막혀 굴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했다. 현재 굴 구이에 사용되는 굴은 통영, 여수 등지에서 양식한 것을 가져온다.
천북 굴단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굴 구이다. 소쿠리에 가득 담긴 굴을 불판 위에 소북이 올리고 익기를 기다리면 요리 끝. 굴이 익는 동안 양손에는 장갑을 끼고 먹을 준비를 한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탁탁 소리를 내며 굴이 뽀얀 속살을 드러낸다.입이 벌어지지 않은 굴은 작은 칼로 벌리면 된다. 탱글탱글한 굴을 초고추장에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굴은 너무 구우면 펑 소리를 내며 굴 껍데기가 사방으로 튀어 먹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서양에서는 굴을 ‘바다의 우유’라 하여 강장제로 여긴다. 우유보다 무려 200배나 많은 요오드 성분이 들었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아미노산과 아연(zinc)이 많이 함유되었다. ‘배타는 어부의 딸 얼굴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 얼굴은 하얗다’는 속담이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굴 구이 외에도 굴 찜도 인기가 좋다. 굴 향기가 가득한 굴밥, 굴 탕수육, 굴전 등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천북에 굴이 있다면 오천항에는 키조개가 있다. 키조개는 생긴 모습이 곡식의 검불을 까부르는 키와 비슷하다. 전남 장흥 등 남해에서 채취해 일본에 수출했으나, 1970년대 들어서 서해 오천항 근처에 많이 서식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천항이 키조개 주 생산지역으로 유명해졌다.
키조개는 바다 속 20~50m의 깊은 모래흙에 수직으로 박혀 있다. 머구리라 불리는 잠수부가 들어가 하나하나 손으로 건져 올린다. 키조개 속에는 연한 요구르트 빛의 패주(키조개 관자)가 박혀 있다. 조개 크기가 크다보니 여느 조개처럼 살을 모두 먹는 게 아니라 패주와 날개 부분을 먹는다. 패주라 해도 웬만한 조갯살 보다 훨씬 크다.맛은 달짝지근하면서도 보드랍다. 쫄깃한 식감도 일품이다. 회로도 먹고, 쇠고기 등심과 짝을 이뤄 불판구이로도 먹는다. 밥과 함께 먹는다면 버섯, 미나리 등 야채를 곁들여 매콤한 양념장에 볶는 키조개버섯볶음이 제격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버터에 살짝 구워 주면 좋다.
오천항 옆 야트막한 언덕에 충청수영성이 있다. 조선 시대에 서해를 통해 침입하는 적을 감시하고 물리치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축성 당시에는 많은 건물이 있었으나, 지금은 진휼청으로 추정되는 건물과 삼문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 절경을 자랑하던 영보정이란 정자가 있던 터에 새롭게 영보정을 복원중이다. 충청수영성에서는 천수만을 비롯해 오천 일대 먼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순교성지 갈매못은 천주교 박해의 슬픈 역사가 담긴 곳이다. 1866년 3월 30일 병인박해 때 체포된 프랑스 선교사인 다블뤼 주교, 오메트르 신부, 위앵 신부 등 5명이 이곳에서 군문효수형을 당했다. 바닷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이 천주교 박해의 현장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조선 헌종 12년(1846) 6월 프랑스 군함 3척이 보령시에 속해 있는 섬들 중 가장 멀리 있는 외연도에 정박했다.
그리고는 기해박해(1839) 때 앵베르, 모방, 샤스탕 신부 등 3명의 프랑스 선교사들을 살해한 책임을 묻는 편지를 상자에 남겨 놓고 돌아갔다. 이 사건을 조정에서는 조선 영해 침입 사건으로 간주했다. 당시 옥중에 있던 김대건 신부의 처형이 앞당겼고, 1866년 3월 30일에는 흥선대원군이 서양 오랑캐를 내친다는 의미에서 프랑스 군함이 침범했던 외연도에서 가까운 오천의 수영을 택해 다블뤼 주교를 비롯한 5명의 신부를 끌고 와 외연도를 바라보고 목을 쳐서 처형한 것이다. 지금은 성직자들이 처형당한 장소에 순교성인비가 서 있다.도미부인사당은 정절의 표상으로 칭송 받는 도미부인을 기리기 위한 장소다. 도미부인은 백제 평민으로 개루왕의 갖은 유혹과 겁박에도 불구하고 절개를 지킨 여인이다. 보령 오천에 ‘미인도’, ‘도미항’ 등 도미부인관 관련된 전설과 지명이 전해 1994년 정절사를 건립해 도미부인의 영정을 봉안하였다. 사당 옆에는 2003년 경남 진해의 도미총을 이장해 도미부부 합장묘를 조성하였다.〈여행정보〉
■ 당일 여행코스
오천항→충청수영성→도미부인사당→천북 굴단지
■ 1박 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오천항→충청수영성→도미부인사당→팔색보령수필전망대→천북 굴단지
둘째 날 / 순교성지 갈매못→보령에너지월드→보령석탄박물관→성주사지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보령,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9회 운행, 2시간 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3회(09:20, 10:50, 18:40) 운행, 2시간 50분 소요.
[기차] 용산-대천, 하루 15회, 2시간 40분 소요.
■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광천 IC(우회전)→천광로(광천 방면)→낙동초등학교→천북면사무소→천북 굴단지
■ 주변 볼거리
외연도, 보령석탄박물관, 개화예술공원, 성주사지, 성주산자연휴양림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