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70만 동포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단언한다. 분단된 우리 민족의 통일에 매개가 되고 촉매가 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200만 우리 동포의 최대의 소명이자 사명이라고 확신하고 늘 주장한다. 그리고 70만 동포는 민족통합의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주장이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통찰이다. 그리고 사실이다. 70만 동포를 통해 한국은 민족통합과 통일의 예비실험을 하고 있다. 이것은 진행형이고 나는 이 실험이 대단히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우리 동포와 한국사회의 섞임과 통합이 민족통일에 기여했음을 평가할 것이다. 그러므로 70만 재한 동포는 알든 모르든 위대한 민족의 과업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법무부가 발표한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정책은 근본 출발이 ‘한국에 살고 있는 불법체류자 숫자를 줄이자’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사회의 치안와 질서 유지라는 차원에만 머문, 철학이 없는, 좀 더 예리하게 말하면 영혼이 없는 정책이다. 특별히 불법체류 동포들에게 대해서는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므로 자진출국 없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합법화가 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그 정도의 기세와 기백은 있어야 했다. 위장결혼이든, 밀입국이든, 위명여권이든 동포들의 머리에 씌워진 고깔모자를 ‘대사면’을 통해 벗겨줌으로써 동포들의 가슴을 시원케 하고 감동을 주는 정책을 발표했어야 한다. 그리고 피를 나눈 민족과 동포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어머니처럼 모두 끌어안는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어야 했다. 그것이 민족혼이다.
동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진출국하려고 공항 출입국에 가서 신고하니 지금까지 불법체류하면서 일했던 회사 이름, 사장 이름, 회사 주소,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너무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안적을 수도 없고. 마치 지금까지 자신을 고용했던 사장을 신고하는 심정이 들어 갈등이 컸다고 한다.
만일 법무부가 자진 출국하는 동포나 외국인들로부터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는 업주나 회사나 식당에 벌금 수백만 원을 내려먹인다면 이건 있을 수 없는 비인간적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겠는가. 모두가 영세 업주들이다. 나는 법무부가 벌금이 아닌 주의, 권고, 경고 정도로 하고 앞으로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냈으면 한다.
자진 출국하는 동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진짜 다시 들어올 수 있는가이다. 그러므로 법무부는 비자신청을 하는 동포들에게 신속히 비자를 주어 들어오게 해야 이 정책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동포들도 법무부의 정책을 신뢰할 것이다.
또 하나 자진출국신고 기간에 집중단속을 병행하는 문제다. 한마디로 자진출국을 압박하는 당근과 채찍을 흔드는 것인데 이건 너무 무리가 있다. 자진출국을 준비하다 ‘재수 없게’ 출입국 직원이나 경찰에 잡혔다면 당사자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므로 신고기간이 끝난 후 집중단속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던 업주들, 회사, 식당 등은 일할 사람이 없어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이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연한 방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불법체류자를 근절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비록 불법체류자일지라도 성실하고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고 고용주도 그를 필요로 할 경우엔 유연한 체류정책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불법체류자들은 다 단속을 하거나 추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좀 더 창의적 사고를 통해 창의적 정책을 도입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내가 불법체류를 무조건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다. 우리 동포나 다른 외국인 노동자, 한국 체류 외국인은 한국의 가치와 질서, 사회 안전을 위해 함께 동참하고 협력하면서 공존해야 한다.
나는 70만 동포가 한국으로 와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통일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우리 동포들이 몸으로 삶으로 세계 앞에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황규 목사 (서울중국인교회 / '황하의 물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