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 한비자는 권력의 사유화, 리더의 무능력이 불러오는 폐해를 지적하면서 강력한 법치를 강조했다. 한편, 공자는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충(忠), 신(信), 습(習)'을 들어, 남을 대하는데 마음을 다 할 것(忠), 친구를 믿음으로 대할 것(信), 배운 것을 실천할 것(習)을 강조하였다.
한 대선 후보는 저서에서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신해행증(信解行證)' 을 꼽으며, '국민을 믿고(信), 이해하며(解), 국민의 행복을 실천하고(行), 국민의 행복을 완성(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희제 (康熙帝); 공존화합의 정치 실현
천고일제(千古一帝), 천 년에 한 번 나옴직한 제왕.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康熙帝, 1654~1722)를 이르는 말이다. 그는 133년간의 태평성대인 '강건성세(康乾盛世)' 시대를 연 중국 최고의 성군으로, 연호를 안녕과 평화를 뜻하는 강(康)과 조화와 흥성을 의미하는 희(熙)자를 결합함으로써 공존화합을 중히 여겼다.
강희제는 아버지인 3대 황제 순치제가 천연두로 급서하자 여덟 살 나이에 황제 자리에 올라 청나라 시대 1/5을 넘는 시기를 강건하게 통치하였다. 당시 한족(漢族)은 약 1억5000만 명, 만주족은 팔기군과 백성을 통틀어 15만 명 내외였다. 강희제는 나이 어린 만주족 황제로서의 존립기반이 위태로웠음에도 무소불위의 권신들과 명나라 한족의 잔존 지방토호 세력을 어우르며 권력을 확고히 한다.
만주족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으나 만주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황실 공식문서를 양개어로 작성하게 하는 등 적극적으로 한족지식인 포섭 노력을 통해 협치를 이끌어내었다. 출사(出仕)를 거부하는 한족 출신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수십 번의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명 태조 주원장의 사당을 찾아 절하며 한족의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였다.
대외적 위협인 몽골에 대해서는 몽골의 전통을 존중하고 결혼동맹을 맺어 만주와 몽골을 일체화하여 북방 위협세력을 자연스럽게 평정시켰다. 그는 불교와 성리학에도 심취하였고, 예수교 선교사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서양의 학문과 문물을 받아들여 선교사들로부터 "카톨릭을 믿지 않는 점만 빼면 최고의 군주" 라는 평가를 받았다.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과 민생우선
강희제는 영토와 민생을 살피고자 지방을 순행(巡行)하는 동안 호위군사와 지출을 대폭 줄였다. 때로는 평민복장으로 다니며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살폈는데, 이때 평민들이 즐겨 먹는 누룽지탕(锅巴汤)을 먹고 ‘천하제일요리’라는 휘호를 써서 내리기도 했다. 이는 강희제의 소탈한 모습을 잘 드러낸 일화다.
국궁진력(鞠躬盡力;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함)과 안거낙업(安居樂業; 백성이 근심 없이 생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결국 그가 찾은 해법은 국궁진력의 '섬김(Servant Leadership)'과 민생우선 정책이었다. 그는 치수사업을 벌여 황하의 범람을 막고, 팔기군의 둔전(屯田)을 몰수해 소작농에게 나눠주었다. 조세일원화를 통해 징세체계를 단순화하고, 인구증가에 따라 1인당 조세부담액을 줄이는 한편, 흉년이 들면 세금을 감면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명나라 말기 1억 명 아래로 떨어졌던 인구가 강희제가 세상을 떠날 당시 1억 5천 만 명으로 늘어났으니 그의 치세가 그야말로 '태평성세'임이 증명되는 것이다.
강희제는61년 동안의 재위기간 동안 내정을 안정시켰고 밖으로는 대만과 티벳을 점령하여 영토를 확장해 오늘날 중국 지도를 완성하였다. 문화를 애호하며 학문에도 힘써 '강희자전'과 '고금도서'를 집대성하여 편찬함으로써 현대 중국어의 기본틀을 닦았으며, '중체서용(中體西用)' 정신에 입각하여 시대의 추세를 미리 읽고 서양에 문호를 개방해 선진문물을 받아들였다.
새로운 지도자에 거는 기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대통령이 지녀야 할 우선적 덕목으로 누군가는 도덕성과 개혁성을, 또 다른 누군가는 경제운영 능력과 현실적인 안보관을 강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촛불과 태극기로 극명하게 나뉜 진영 논리의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기업과 노동자, 노년세대와 청년세대,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이분법적 담론을 끝내고 통합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반목과 갈등의 구체제 정치를 답습할 것인지 새로운 비전과 실천의지를 가진 지도자를 통해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장미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공적 권력의 사유화, 불통과 극한대립, 파벌싸움 등 그간 점철되었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되기를 기대한다. 절망(絶望)을 희망(希望)으로, 부정(不定)을 긍정(肯定)으로, 대립(對立)을 병립(竝立)으로, 불명(不明)을 투명(透明)으로, 반합(反合)을 통합(統合)으로 바꾸기를 기대한다.
또한 새로운 지도자는 최소한 5년 이상을 내다보는 안목(眼目)을 갖고, 국내외 각 분야의 정세와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肉眼), 국정을 미래지향적으로 통찰하는 혜안(慧眼)을 가지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모든 현상의 참모습과 중생을 구제하는 방법을 두루 알고 보살필 법안(法眼)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이상기
前주중국방무관
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