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4강 지도자가 모두 Strong man인 터라 타협과 협상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최근 동아시아에서 일고 있는 격랑은 우리를 전례 없이 험난한 외교 안보 환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국수주의적 경제정책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편,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급부상이 공세적 외교안보 정책과 맞물리면서 대륙과 해양세력의 각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끊임없는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자였던 자국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니, 그 지정학적인 위치를 최대한 이용하여 한반도 전략상황을 더욱 복잡한 구도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한반도 주변 4강과 북한의 역할과 위상을 두고 ‘We are the class’라는, 이들 국가를 한 학급에 비유한 글이 중국 위챗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소개한다. 이 글은 오늘날 동북아지역 평화 혹은 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국가들을 하나의 학급에 모인 학생들로 보고 각각의 성향과 기질, 행동양상을 분석해 놓은 것이다.
미국: 덩치 좋은 학급 반장
영양 좋고 덩치도 큰 학급 반장이다. 집에 돈이 있고 포드차를 끌며 사람들 또한 강인하게 자랐다. 성적은 좋으나, 기질이 싸우는 것을 좋아하고 더러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학급 내 다른 학생들은 감히 함부로 대들지 못하며, 부반장(러시아)과의 관계 역시 좋지 않다.
러시아: 은인자중(隱忍自重)
학급 부반장이다. 성적이 좋고 그룹 내 가장 높고 큰 위치에 있으며 지난 학기 일에 책임을 다했다. 항공기 동아리에 참여하기를 좋아하고 후에 집안에 일이 생기는데, 그것은 한 집 안에 있던 이들이 독립을 했던 것이다! 현재 매우 소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공부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학급 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은 유지하고 있다.
일본: 호시탐탐 남의 물건 넘보기
성적은 매우 좋다. 이 녀석은 좋은 성적과는 달리 사상과 성품은 판이하게 다르다. 예컨대 교활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고 여색을 밝힌다. 일찍이 초등학교 때에 지부서기를 업신여기다가, 반장(미국)이 사람을 데려와 모질게 매질해 반신불수가 되었다. 상처가 아문 후에도 회개하는 법이 없었고, 지금도 학급 서기(중국) 집에 있는 어항(항공모함)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한: 폭탄 지고 덤비는 막가파
학급 서기(중국)의 수행원으로 마치 건달이나 무뢰한과도 같으며, 성적 역시 나쁘다. 매일 서기에게 들러붙어 돈을 요구하고 빌붙는다. 서기는 성가시다며 한 번은 돈을 주지 않았는데 욕설을 들이부으며 덕을 쌓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겼다. 반장(미국)은 그를 좋아하지 않으며 학급 서기를 경시한다. 학우들은 그와 어울리거나 친하게 지내기를 꺼리는데, 그도 아예 학우들과 어울리기를 포기해버렸다. 반장은 몇 번 그를 후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같은 책상을 쓰는 학급 서기 때문에 아직 손대지 못했다. 이번에 그는 밥을 먹지 못했으나 모두가 그를 동정하지 않았고, 그는 큰 폭탄(핵)을 꾸며 전 학급이 함께 망하도록 준비해 두었다.
중국: 눈치 보며 몸 풀고 있는 서기
학급의 서기로, 유치원 때의 성적은 좋았다. 생활 기반이 탄탄한 대가족에서 출생했으며, 집안에 만 리의 담장을 수리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부유함을 자랑했으나, 과거 8명의 동급생들에게 강탈당했다. 지난 학기 일본으로부터 반 이상 죽을 만큼 맞았으나, 이후 북한을 도와 반장(미국) 하나를 때리기 위해 거즈도 풀지 않은 채 병원에서 나왔다. 현재 성적의 진보가 빠르고 단련된 신체 또한 비교적 좋으며, 종종 모두에게 쓴 맛을 보게 해주겠다는 헛된 꿈을 꾸기도 한다. 성적에 영향을 미칠까 무서워 늘 울분을 억누르고 감히 아무 말도 못하며, 반장에 대해 매우 염려하고 있다.
개인이나 나라나 편안한 나날만 계속되면 좋으련만 끊임없이 외부 환경은 변하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 다난흥방(多難興邦)인 법이다. 어려운 일을 겪어내면 나라가 흥한다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국가리더십 교체에 부응하여 우리의 균형자적 외교력으로 동아시아의 위협요소를 평화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안정되고 건전한 동아시아 안보환경 창출과,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남북공조, 번영, 통일의 기초를 닦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법가 한비자(韓非子)는 ‘대목이위명 소견자소의(待目以爲明 所見者小矣: 눈에만 의지해서 밝히고자 하면 보는 것이 적다)’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국부적인 행태(나무)에만 집착하지 말고 전체적인 맥락(숲)을 살펴야 한다.
이상기
前 주중국방무관
사)한중안보평화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