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남, 이해 그리고 친구

동포 사장님이 된장국에 적응하는데 20년

2014-06-03     윤영환 변호사

▲윤영환 변호사

【중국동포신문=기고】저희 이주민지원센터 친구에서 최근에 대림동에 설립한 평화인권 카페 <친구> 공사를 하던 중에 대림시장 입구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소고기국수(우육면)을 한 그릇 사먹으면서 사장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은 20년전에 흑룡강성에서 오신 여성분입니다. 저는 한참 카페 공사를 하는 중이라 동포들이 커피를 많이 드시는지 여쭈어 보았고 사장님은 원두커피는 잘 안마시고 다방커피는 즐겨드신다고 하시면서 시원한 음료나 팥빙수는 잘 팔릴거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김치, 고추장, 된장을 못 먹었고, 어떻게 이런 걸 먹는지 생각했는데 한 20년 동안 살다 보니 이제는 김치, 된장국이 익숙해져서 맛있게 먹는다고 하십니다.

오히려 가끔 중국에 가서 중국음식을 먹으면 잘 안맞는 것도 있다고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어쨌든 20년이 걸려서야 한국음식에 거의 적응하였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법률인권상담과 카페를 함께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많은 분들이 찾을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한국분들을 만나다 보면 최근에 급증한 이주외국인들에 대하여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친구 한 명은 한국사람들을 돕는다면 후원을 하겠는데 외국인을 돕는다니 후원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일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 더 어려운 한국사람들도 많지 않느냐라고 합니다. 또 다른 분은 외국인들이 이제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일면 타당한 지적도 있지만 제가 느끼는 문제의식은 그런 의견을 제시하면서 적대적인 감정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한국거주 이주 외국인과 정부정책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과 평가는 가능하지만 이미 한국사회가 외국인 인구 150만명의 다문화사회로 전환되었고 이주외국인들이 없이는 한국의 경제와 생활이 영위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된 마당에 근거 없이 적개심을 가지는 것은 한국사회와 그 개인을 위하여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사회가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제도적으로나 시민의식상으로나 이주민에 대하여 포용하고 함께 사는 쪽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 출입국, 혼인이주가정 등의 제반 영역에서 차별이 존재하고 생활적으로나 인권적으로나 어려움에 처한 이주외국인들이 적지 않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

약 30여년간에 걸친 외국인 이주의 역사 가운데 지금은 한국인이나 이주외국인이나 모두 새로운 가치관과 관계를 정립하여야 하는 시점에 와있습니다. 이전처럼 이주외국인이 단순하게 인권이 침해되고 탄압받는 약자로서만 자리매김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하지만 다양성이 상호 존중되고 공존의 가치와 제도를 형성해가지 못할 경우 유럽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폭발적인 사회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시기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만남과 이해입니다. 지금까지의 한국인과 이주 외국인과의 만남은 경제 중심의 피상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 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지금은 이주외국인들이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인구수로나 사회적 역할로나 의미있는 수준에 와있기 때문에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공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해를 위하여 중요한 것이 만남입니다. 그냥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어쨓든 실제로 만나지 않고는 이해가 생길 수 없습니다. 만남을 위한 공간도 필요합니다. 정부 정책도 한국사회 동화 정책으로서의 다문화정책에만 비중을 둘 것이 아니라 모든 이주외국인들과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실질적인 만남과 이해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실제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과 오해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들이 생겨나는 것을 많이 경험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국적과 민족, 피부 색깔을 떠나 행복하기를 원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점에서 동일하고 그 존재의 밑바탕을 관통하는 연민과 선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가, 민족, 지역을 넘어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럴 때 국가, 민족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은 적개심의 근거가 아니라 다양성이 주는 새로움과 즐거움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만남과 이해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앞서 흑룡강성에서 오신 동포 사장님이 된장국에 적응하는데 20년이 걸렸는데 서로 다른 문화와 체제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수십년 동안 형성된 자기 습관과 문화를 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호감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첫출발이 만남입니다.

저희가 평화인권 카페 <친구>라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 놓은 것도 그런 진정한 만남과 이해가 시작되는 작은 씨앗과 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만남에서 이해로, 이해에서 친구로 나아가는 진정한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물결과 바람이 우리 모두가 있는 곳, 거기에서 지금 시작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영환 변호사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