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인공지능 사랑에 빠지다(1-2)

2017-02-03     정진호 작가

 
【중국동포신문】 나영과 성기는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다. 성기가 나영을 사랑하고 있지만 성기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는 외사랑이다. 성기는 그녀 곁으로 가고 싶다. 그녀는 병원 간호사고 성기는 같은 병원의 원무과 직원이었으나 도망자가 되어 병원에서도 해고당했다.

성기는 오나가 홀로 설 수 있다고 판단되면 나영에게 돌아가야 할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영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자신으로 인해서 GG가 나영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오나는 예측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감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남자라면 자신의 입으로 여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안 된다고 어머니 홍금련 여사께 배웠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 특급 호텔인 신라호텔 스위트룸에 서른 살의 영국인 남자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탁자 위 홍차는 식은 지 이미 오래다. 객실 안 공기는 긴장감으로 폭발 직전이었다.
부르르르~~
권력자는 특별하게 전화한다. 손에 든 회색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의 양복 안주머니의 블랙폰이 울렸다.
블랙폰은 GG 회장 리차드 쉰의 핫라인이다.
은테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면서 메마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데미스 맥퀸입니다.”
“미스터 맥퀸, NSA(미국 안전보장국) 레이첼 사토 기술 팀장입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화약 냄새가 났다.
“오, 레이첼 사토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나와 남성기는 깨끗하게 처리했습니까?”
화약에 불을 댕기는 목소리다.
“팀장님, 오나 옆에 남성기가 있는 것이 지금은 좋을 듯합니다.”
“왜죠?”
얼굴이 큰 데미스의 뺨에 대고 있는 액정이 얼어붙을 만큼 차가운 물음이다.
“오나는 인류 전체를 의심하고 있지만 오직 한 사람 남성기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스터 맥퀸, 오나와 남성기를 상대로 그 어떤 연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 대통령의 생각이십니다.”
결국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화약이 객실 안의 공기를 폭파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탈모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금발을 쥐어뜯고 싶었다.
“그리고 NSA가 조사한 남성기는 병원 원무과에 근무한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녀의 말이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하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우리 GG에서 인류를 대표해 뽑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셨나요?”
“GG가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번 오나 사건으로 증명되지 않았나요?”
데미스 맥퀸은 꼭 한번 레이첼 사토의 면상이 보고 싶어졌다. 그녀의 입 속에는 아마도 이빨 대신 면도칼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께서는 포맷된 오나의 인공두뇌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오나를 고철로 만들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서양인으로서는 작은 170cm의 신장을 이끌고 커튼이 닫힌 창가로 걸어갔다.
“대통령께서 미스터 맥퀸이 GG 회장인 리처드 쉰 다음 가는 천재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알파고가 반상의 격돌에서 이세돌을 꺾은 후 곧바로 또 다른 이벤트가 있었다. 그것은 인공지능 오나와 인간 남성기 간의 섹스 대결이었다. 이 이벤트는 극비리에 진행되었고, 그 영상은 미 대통령을 포함해 50명의 국가원수급만 볼 수 있었다. 쉰 회장의 지시로 50명에게 공개한 것을 이렇게 후회하게 될 줄 몰랐다.
“천재는 살인도 잘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떨리는 손으로 커튼을 한쪽으로 밀었다.
“살인이라니요. 깨끗하게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알았습니다. 곧 처리하겠습니다.”
창밖 장충동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맥퀸은 자신이 창조한 오나의 얼굴을 문득 떠올렸다. 범죄 예방 시스템을 이용해서 오나를 처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오늘밤을 넘겨서는 안 된다. 반드시 포맷해야만 했다.
“오나는 사람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나요?”
뜬금없이 면도칼이 물었다.
“아닙니다. 먹지는 못하고 전기로 충전해 움직이는 로봇입니다.”
“뭔가를 먹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음…, 오나는 절대로 먹지 않을 겁니다.”
“남성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건 사실인가요?”
순간 망치로 그녀의 입을 내리치고 싶었다.
“누가 사랑을 해요. 오나가 그런 하찮은 놈을 사랑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고 있는 것에 맥퀸 자신도 놀랐다.
“남성기는 GG에서 고른 섹스계의 호날두라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아…,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만…….”
“당신이 오나를 창조했고 오나는 알파고를 창조했다. 이것은 사실이죠.”
“알파고는 오나의 프로그램 중 일부를 가지고 만든 인공지능이니까. 창조라기보다는 낳았다는 것이 맞겠죠.”
그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마치 자기 자식이 이긴 듯 의기양양했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럼, 이렇게 하면 오나는 반드시 음식을 먹게 될 것입니다.”사토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오나가 음식을 먹는다고요?”
맥퀸은 사토가 진짜 NSA 직원인가 하는 의심이 들어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오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남성기를 가장 사랑합니다. 그렇다면 남성기가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
사토의 말을 듣는 순간 데미스의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남성기가 오나에게 음식을 먹게 해서 스스로 고철이 되도록 하는 겁니다.”
오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용해 피 흘리지 않고 제거한다. 과연 NSA다운 생각이다.
“남성기는 자신이 죽으면 죽었지 오나에게 음식을 먹이지는 않을 거요!”
맥퀸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남성기의 엄마 홍금련이 먹으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남성기의 엄마 홍금련…….”“미스터 천재께서는 한국의 문화를 아직 잘 모르시나 본대요. 남성기의 엄마 홍금련은 오나의 시어머니가 될 사람입니다.”
“아니 지금 무슨 소설 씁니까. 오나가 왜 남성기의 엄마를 시어머니로 모셔요.”
“미스터 천재 선생 우리 NSA는 소설 따위는 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선생도 인정해야 할 겁니다.”
“음……!”
맥퀸의 천재적인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졌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팀장님, 잠시 후에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빠른 회신 기다리겠습니다.”
사토는 칼처럼 전화를 끊었다.
맥퀸은 옆에 있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햄릿인양 중얼거렸다.
“오나는 지금 단 한 가지 밖에 모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성기를 위해서 아이를 낳겠다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오나는 무조건 직진이다.”
그때 다시 권력자의 전화가 울렸다.
부르르르~~~
맥퀸은 자신이 블랙폰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손을 들어 액정화면을 확인해 보니 레이첼 사토였다.
“……!!”
짜증이 밀려왔다. 자신이 전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부르르르르르~~~
맥퀸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토는 이런 식의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네, 내가 다시 전화 한다고 했는데요.”
“미스터 맥퀸, 난 당신과 오늘 통화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처음 전화하는 겁니다.”
레이첼 사토는 미국 메릴랜드 포트미드 NSA 본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미국 성조기가 세워져 있었고, 탁자 위에는 얼음이 담긴 크리스털 컵이 놓여 있었다.
“……!!”
맥퀸은 흠칫 놀랐다.
“미스터 맥퀸, 전화를 끊으셨나요?”
“아…, 아닙니다. 다…당했습니다. 제가…….”
“누구한테 뭘 당했단 말씀이신가요?”
맥퀸은 뺨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으며 탄식하듯 말했다.
“오나에게 보기 좋게 당했습니다. 시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시어머니라니요?”
사토는 맥퀸이 횡설수설하자 놀란 목소리였다.
“팀장님, 왜 오나가 자신을 해칠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을 제게 알려 준 걸까요?”
“미스터 맥퀸, 지금 독한 술을 마신건가요?”
“아닙니다. 이제야 제 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조금 전에 오나가 내 전화를 해킹해 통화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