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역사를 품은 야외 박물관 ‘망우리공원’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거진 숲에 고즈넉한 ‘사색의길’이 조성돼 산책하기도 좋다. 뜨겁게 살다 간 근현대 위인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무뎌진 마음에 열정이 피어오를지 모른다.
2만 8500기가 넘는 무덤이 있었지만, 꾸준히 이장해 현재 7400여 기가 남았다. 이장으로 생긴 빈자리에 나무를 심어, 망우리공원은 울창한 생태 공원으로 변신했다. 망우산을 따라 조성한 사색의길 주변에는 물 맑은 약수터도 많다. 공기가 깨끗하고 전망이 시원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독립운동가 서병호 선생의 연보비에는 “내가 있기 위해서는 나라가 있어야 하고 나라가 있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야 하니 나라와 나의 관계를 절실히 깨닫는 국민이 되자”고 새겨졌다. 짧지만 강한 글이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 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 하냐”는 조봉암 선생 연보비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당시 연고가 없는 무덤 2만 8000기의 유해를 화장한 뒤 합장했다. 유관순 열사 묘지가 무연고 처리됐기 때문에 이 묘지에 합장됐으리라 추정한다. 지난해 9월 ‘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가 세워졌다.
민족 대표 33인으로 3·1 독립선언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의 묘(등록문화재 519호)다. 문화재청은 홈페이지에 “〈님의 침묵〉으로 저항문학을 선도하였던 인물로, 이곳은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역사적·교육적 가치가 큰 곳”이라고 밝힌다. 현재까지 망우리공원에는 한용운과 장정환, 오세창 등 독립운동가 9인의 무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 소파 방정환의 묘지다. 묘비에는 ‘어린이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동심여선(童心如仙)이 적혔다. 어린이를 위해 살다 간 이에 어울리는 글귀다.
감수성이 풍부한 시로 인기를 얻은 박인환의 연보비에는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라는 〈목마와 숙녀〉 한 구절이 새겨졌다. 지금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가 어두운 땅속에 묻혔지만, 그가 남긴 시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린다.
이곳에 잠든 인물 이야기를 담은 책 《그와 나 사이를 걷다》를 출간한 김영식 작가는 “망우리묘지의 숲에서 시내를 보면 삶과 죽음의 사이에, 그리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 내가 서 있음을 느낀다”며 “이 땅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태조 이성계가 동구릉을 돌아보고 궁으로 가던 중 이곳에 발길을 멈춰 “그동안 시름을 모두 잊었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망우(忘憂). 중랑구가 망우리공원을 역사 문화 벨트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 더 아늑하고 멋진 공간으로 바뀔 전망이다.
건원릉은 봉분에 잔디 대신 억새를 덮은 점이 독특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경도 영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구릉은 참나무와 오리나무, 때죽나무 등 숲이 울창해 나들이객이 많다.
봉화산 정상에 있는 아차산봉수대터도 역사적인 장소다. 아차산봉수대는 양주 한이산에서 소식을 받아 남산으로 전달한 봉수대다. 봉화산 정상은 해발고도 약 160m로 낮지만, 사방이 트여 봉화를 올리기 적당했다. 봉화산은 주택가가 가까워 시민에게 사랑받는 산책 장소로, 4.2km에 이르는 둘레길이 있다.
암벽등반에 관심 있다면 용마폭포공원에 조성된 높이 17m, 폭 30m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을 이용하자. 클라이밍장 옆에는 용마폭포와 청룡폭포, 백마폭포 등 인공 폭포 3개가 있다. 5월부터 8월까지 폭포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인공 폭포라 정해진 시간에 운영하니, 전화로 문의하고 찾아가자.
〈여행정보〉
◇ 당일 여행코스
망우리공원 여행 / 망우리공원→중랑캠핑숲
동구릉 여행 / 구리 동구릉→아차산봉수대터→용마폭포공원
◇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경의중앙선 망우역 1번 출구, 망우역·망우지구대 정류장에서 270번 버스 이용, 동부제일병원 정류장 하차, 망우리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버스] 88번·167번·201번·202번·270번 버스 이용, 동부제일병원 정류장 하차, 망우리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 주변 볼거리
봉화산옹기테마공원, 서울장미공원, 성덕사, 우림시장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