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프로그램 10주년, 외국인 54만 명 대상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체계적 프로그램으로 재한외국인의 국내 정착에 크게 기여

2019-05-14     박진호 기자

【중국동포신문】가나에서 온 샘 오취리(Okyere Samule)는 ‘비정상회담’을 비롯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하지만 한국생활 초창기에 한국어도 서투르고 한국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상대에 따라 바뀌는 존대어도 어려웠고 한국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 한국 역사가 나오면 머쓱해지기도 했다.

샘이 최근 한국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히면서 한국 공부에 큰 도움을 받은 것이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이다. 바쁜 방송생활에도 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샘은 한국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하는 주위의 외국인들에게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다.

"대학교나 학원에서는 이런 수업을 배우기가 쉽지 않아요. 강사님께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를 해주세요. 얼마 전 방송국 퀴즈 프로그램에서 애국가를 누가 만들었는지 묻는 문제가 나왔는데 제가 안익태라고 했더니 모두 깜짝 놀랐던 적도 있어요."

법무부의 조기적응 및 사회통합프로그램이 시행 10주년을 맞이했다. 2007년 이후 국내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민과 체류외국인의 갈등을 예방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민정책을 총괄하던 법무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민자 문제로 골치 아픈 경험을 겪었던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에서도 강력한 사회통합정책을 시행하고 있던 점도 고려되었다.  시행 이후 외국인들 사이에서 교육내용이 좋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참여자가 10년 만에 54만 명을 돌파했고 국적도 126개 국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여기에는 이수자들에게 영주권, 국적취득 시 시험면제 등 혜택을 부여한 법무부의 적극적인 정책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참여자의 유형도 다양해져서 초기에는 결혼이민자(67%)가 대부분이었으나 ‘18년에는 결혼이민자 이외에도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으로 참여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2017년 한국행정학회에서는 사회통합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8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어 실력이 더 높고 임금도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샘 오취리 외에도 지한파 연예인으로 알려진 “파비앙(프랑스)”, “줄리앙(벨기에)”도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문화를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그간 사회통합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는 평가에 따라 10주년을 맞아 외국인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도록 내용을 한층 보강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카이스트 대학생이 있을 정도로 참여자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통합프로그램이 사용하는 교재를 개편하고 있는데, 그간 달라진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외국인을 지원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을 탈피하여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명확히 명시하는 등의 내용을 반영하여 2020년 발간 예정이다.

또한, 생활법률이나 법질서 등과 같은 민주시민 교육을 비롯한 금융 경제, 소비자 교육과 같이 외국인에게 인기가 좋았던 과정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의 사회통합 성패 여부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성공적인 사회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