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파견 받은 사용사업주의 출입국관리법 불법고용 무죄 판결

출입국관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용주의 ‘불법고용’을 근로기준법의 ‘근로관계’ 와 달리 축소하여 해석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법무부는 외국인의 체류관리와 내국인 고용시장 보호를 이유로 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왔다

2020-08-05     박진호 본사 편집국
자료이주민센터제공

【중국동포신문】 1.사건의 개요 : 피고인은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제조업체 A의 대표이사이다. A회사는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은 인력파견업체 B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받아 왔다.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A회사는 2019년 기준 사원수 100여명, 매출액 588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며, 인력파견업체 B는 개인사업자로 전년도 매출액은 확인할 수 없고 다만, 2020년 기준 고용노동부 임금체불사업주로 등재(체불액 3천9백만원)되어 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취업하려면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1항). 누구든지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고용하여서는 안 되다(제18조 제2항). 이를 위반하여 취업활동을 한 외국인은 강제출국 대상이 되며(제46조 제1항 제8호), 취업활동을 한 외국인 뿐 만 아니라 외국인을 고용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94조). A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인력파견업체 B로부터 취업자격이 없는 태국인 노동자 40명을 약 1년 8개월(2015. 1. 1. 경부터 2016. 8. 22. 경까지)동안 고용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었다.

2. 판결의 경과

이 사건 원심은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1심법원(판사 이강호)은

 ①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 체류관리를 위한 법으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과는 입법목적이 다르므로 출입국관리법의 ‘고용’은 근로기준법에서 폭넓게 인정되는 ‘근로관계’와 같이 넓게 해석할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 회사가 인력파견 업체로부터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을 공급받아 사용하였더라도 이는 외국인을 ‘고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②인력공급업체인 B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여 A회사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 없어서 A회사와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③A회사와 인력공급업체B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질적으로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근로자 파견관계에 해당하며 인력공급업체B가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자격을 허위로 통보하여 사용사업주인 A회사로서는 파견 노동자의 체류자격을 알 수 없었다면서 피고인은 출입국관리법 제18조에 따른 불법고용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항소심 법원(판사 이헌숙, 문종철, 어준혁)도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대법원 민사1부(대법관 김선수,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파견법은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자를 사용사업주라고 정의하고(제2조 제4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중 일부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으나(제34조, 제35조), 출입국관리법 적용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규정이 없으므로 사용사업주인 피고인에게 출입국관리법 제18조에 따른 불법고용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3. 문제점 - 외국인노동자를 실제 사용한 사업주에게 불법고용 면죄부를 준 판결

대상판결은 출입국관리법 제18조 ‘불법고용’을 협소하게 판단하여 근로자파견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계약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받아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게 한 사업주(사용사업주)는 불법고용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았다. 출입국관리법의 입법목적과 해당 조항의 입법경과, 불법고용이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부당한 해석이다.

출입국관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용주의 ‘불법고용’을 근로기준법의 ‘근로관계’ 와 달리 축소하여 해석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법무부는 외국인의 체류관리와 내국인 고용시장 보호를 이유로 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왔다. 

형식적인 도급계약을 이유로 자신의 사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실제로 사용한 사업주를 불법고용 처벌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출입국관리법 입법목적에 위반된다. 법령의 개정경과를 보더라도 해당 규정은 1984년 시행 출입국관리법에서부터 이미 ‘고용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을 고용하여서는 안된다(제15조)’고 규정하여 근로기준법(97년 제정)에 따른 근로관계가 입법되기 이전부터 규범으로 존재했다.

1993년 출입국관리법이 전면개정 되면서 불법고용을 알선·권유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것으로 추가된 경과를 고려하면, 입법자가 해당 규정을 제3자로부터 외국인노동자를 공급받아 사용한 사업주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입법했다고 축소 해석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무엇보다 대상판결은 불법고용이 발생하는 원인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판결이다. 판결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피고인 회사는 과거 출입국단속을 통해 외국인 불법고용이 적발된 사실이 있고, 이러한 책임에서 회피하기 위해 영세한 인력공급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단속을 통해 외국인노동자는 강제 추방되고, 인력공급업체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외국인노동자를 실제 사용하여 이익을 본 피고인 회사는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게 되었다.

불법고용의 발생원인은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있다. 특히, 사용자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노동법을 회피할 수 있고, 업무숙련도와 의사소통이 원만하며, 무엇보다 자유롭게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고용의 유인이 크다. 

이러한 불법고용으로 발생한 이득은 영세한 인력업체가 아닌 실제 외국인을 사용한 사용사업주에게 귀속된다. 사용사업주를 규제해야 할 실질적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식적인 계약관계를 근거로 불법고용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용사업주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주었다.

이번 판결로 외국인을 불법고용하고 있는 회사들은 불법고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지 영세한 인력공급업체와 인력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형사처벌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쥐어짠 헐값의 노동으로 인한 이윤은 사업주에게 더 많이 돌아가고 불법고용으로 인한 불이익은 영세 파견업체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불법고용은 외국인노동자 때문이 아니라 이런 판결을 먹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