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감정노동피해 폭언‧폭행 등 176건… 보호전담TF로 전방위 지원

- 취객의 폭언‧폭행 가장 많아…마스크 착용 요청하는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도 - 서울교통공사, 업계 최초로 ‘감정노동보호전담TF’ 신설…심리상담 69건 등 총 434건 - 피해직원 즉시 업무분리‧심리전문가 상담‧고소 진행 시 경찰서 동행‧치료비 지원

2021-02-02     김유경 기자
감정노동 피해 예방을 위한 역사 내 홍보 스티커 부착 사진,  서울시제공

【중국동포신문】서울교통공사(사장 김상범)가 작년 한 해 서울 지하철역 직원에게 발생한 감정노동 피해사례는 총 176건이며, 월평균 14건이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유형은 취객의 폭언‧폭행이었다. 역사나 전동차 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취객이 주를 이뤘으나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도 많았다.

감정노동은 업무 과정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통제하고 고객에게 맞출 것을 요구받는 형태의 노동을 의미한다.

※서울 지하철 월별 감정노동 피해사례 발생 집계건수(2020. 1.~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6

13

10

14

13

16

19

14

10

17

22

12

176

서울교통공사는 작년 2월 도시철도 업계 최초로 ‘감정노동보호전담TF’를 신설해 감정노동 피해직원에 대해 업무분리, 심리상담, 고소 진행 시 경찰서 동행, 치료비까지 전문적‧체계적인 지원을 해왔다.

감정노동 피해를 당한 역직원은 심신 안정을 위해 즉시 업무에서 분리시켰고, 고소로 이어질 경우 심리안정휴가 3일을 부여했다. 또한 공사 내 임상심리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진단서 발급비용, 치료비 등 금전적 지원도 병행했다.

TF를 통해 작년 한 해 지원한 내용은 심리상담 69건, 치료비 지원 27건(총 247만원), 경찰서 동행 및 전화상담 338건 등 총 434건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보호전담TF 신설 1년을 맞아 이런 내용의 ‘2020년 감정노동 피해 현황과 관련 지원 내용’을 발표했다.

<감정노동 피해 176건…취객의 폭언‧폭행 가장 많고 마스크 착용 요청에 대한 폭력도>

피해사례 중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한 것은 취객 안내 시 폭언・폭행이었다. 술에 취해 역사나 전동차 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 승객이 이를 제지하는 직원에게 욕설 등 모욕적 언행과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 작년 4월 2일 0시 10분 경 열차 운행이 종료된 이후 술에 취해 1호선 서울역에 찾아온 한 승객이 지하철 운행이 왜 벌써 끊겼냐며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서울역 직원 A씨는 승객에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소독 등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으나, 승객은 계속해서 ‘내가 타고 갈 지하철을 내놓으라’라는 무리한 요구를 계속한 끝에 급기야 A씨를 폭행했다. A씨는 TF의 도움을 받아 승객을 폭행죄 등으로 고소했으며, 해당 사건은 검찰로 송치(기소 의견)된 상태다.

부정승차로 적발돼 부과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앙심을 품어 폭언을 내뱉고, 심지어 도주하는 승객을 붙잡자 성추행으로 맞고소를 하겠다며 협박하거나 지속적인 업무방해 행위를 이어가며 직원을 괴롭히는 사례도 있었다.

#. 작년 2월 13일 21시 경 3호선 남부터미널역 직원 B씨가 무단으로 지하철을 탑승한 승객을 발견하고 이를 단속, 부과금 납부를 요청했다. 승객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기에 부과금을 납부할 수 없고 오히려 직원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과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B씨의 말에 승객은 B씨에게 욕설을 내뱉었고, 경찰 신고 시 맞고소할 것이며 업무를 똑바로 하지 않는다며 감찰부서에 고발하겠다는 협박성 언행도 이어갔다. B씨는 TF의 도움을 받아 승객을 폭언 등을 이유로 고소했으나, 승객은 기소유예(범죄행위는 인정되나 검사가 기소하지 않음) 처분을 받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작년인 만큼, 마스크 미착용 신고를 받고 전동차 안 등 현장으로 출동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직원에게 폭언을 내뱉거나 폭행을 가하는 사례도 많았다.

작년 7월 13일 아침 8시 20분 경 5호선 전동차 내부에서 마스크를 안 쓴 승객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직원 C씨는 미착용 승객을 발견하고 정중히 주변 신고가 있어 왔으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승객은 마스크를 쓰고 안 쓰고는 자신의 자유라며 이를 거절했고, 재차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C씨를 오히려 폭행했다. 승객은 이후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이 외에 개인 유튜브 중계 등을 위해 상습적으로 역사 내에서 시위를 진행하여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주는 질서저해자를 제지하다 오히려 이들에게 폭언・폭행을 당하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들이 있었다.

작년 3월 9일 14시 20분 경 2호선 문래역에서 자신이 지하철서 잃어버린 가방 속에 거액의 가상화폐가 있었다며 이를 변상할 것을 2019년부터 요구, 역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고객안전실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거나 타인의 길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와 함께 시위를 진행하던 상습 질서저해자를 역 책임자 D씨가 말리다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D씨는 TF와 함께 가해자를 고소했고, 가해자는 철도안전법 위반 및 업무방해죄 등이 인정되어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아 현재 수감 중이다.

<전담TF 신설해 업무분리‧심리상담‧치료비‧경찰서 동행 등 체계적 지원>

감정노동의 중요성은 2010년대 이후 크게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감정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2018년 10월 18일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새로운 시행이다.

법 개정에 따라,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이 외에도 서울시는 2016년 1월 ‘서울특별시 감정노동 종사자의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 노동환경 개선계획 발표・실태조사・권리보장교육 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공사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노동조합(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함께 논의한 끝에 도시철도 업계 최초로 감정노동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전문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보호전담TF(이하 TF)’을 작년 2월 신설해 활동을 개시했다.

○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 등 지자체에서 감정노동 업무 종사자를 위한 조직・단체를 신설해 운영한 경우는 그간 있었으나, 도시철도 업계에서 감정노동 업무 종사자만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은 공사가 최초다.

TF 활동을 거쳐 심리상담을 받은 직원이 69명, 치료비 지원이 27건(지원금액 247만 원)이었다. 감정노동 전임 직원이 경찰서 동행・전화 상담 등으로 피해 직원을 지원한 사례는 총 338건이었다.

감정노동 피해 발생 시 공사는 우선 피해 직원을 업무에서 곧바로 분리시켜 심신의 안정을 우선 취할 수 있도록 휴식을 부여한다. 이후 고소 진행 시 3일 간의 심리안정휴가를 부여하고, 진단서 발급비용・치료비 등 금전적 지원도 병행한다.

고소를 진행하는 직원은 의무적으로 공사 내 심리상담・치료 전문 부서(마음건강센터)에서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게 해 추가적인 심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한다.

가해자 처벌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감정노동 지원업무 전담 직원이 고소를 진행한 피해 직원과 경찰 진술 시 함께 동행해 진술을 도우며, 필요할 경우 동의를 받아 법률적 검토 후 공사 명의로 가해자를 고발한다.

고객이 역에 전화할 경우 맨 처음에 직원을 존중해달라는 안내문구가 나오도록 하고, 감정노동 종사 직원 존중이 필요하다는 홍보 스티커 1,000매를 역에 부착하는 등의 홍보 활동과 함께 감정노동 매뉴얼 제작・보호 및 교육 실시 등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보건환경처장은 “서울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공간인 만큼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 감정노동의 빈도와 강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직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였으나 여전히 감정노동 피해 사례가 발생 중이다.”라며 “공사도 제도 보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시민 고객들께서도 고객과 마주하는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