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 출신 설정환 시인(40, 전북 순창)의 첫 시집 ‘나 걸어가고 있다’(시와사람, 11월 30일 발행)가 그 주인공. 이번 시집은 총5부 69편을 시와 사진 등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 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집 출간에서 관례화 되다시피 한 시 해설을 수록하는 일을 과감히 탈피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설 시인은 “작품에 대한 평론가나 동료 시인들의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평가활동이나 창작과 관련한 내밀한 대화가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시들해진 것이 최근 모습이다” 면서 “시가 독자들로부터 멀어지는 것 못지않게 시가 대학 강단과 문학잡지 속에서만 숨 쉬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아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다양한 문학잡지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이름조차 다 기억할 수 없는 가운데서도 보다 근원적인 문학예술에 대한 소통은 헛바퀴를 돌고 있다”는 문제제기에서 새롭게 시도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 시인은 “시인과 독자들의 대화를 위해 잔칫집에 내어 놓은 잔칫상이며 제의의 제물이어도 좋고, 겨울 벌판에 뿌려놓은 새들의 모이와도 같은 역할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뻣뻣한 목을 풀어 본 것이다”면서 첫 시집답지 않은 낯선 시도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설 시인은 또한 시집 ‘시인의 말’을 통해 “길을 참 많이 헤맸다. 길을 잃어버린 적도 부지기수다.”고 고백하면서 자신은 “멈출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자꾸 어디로만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삶의 자세를 겸허하게 살피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이건청 시인(한양대학교 교수)은 촌평을 통해 “설정환 시인은 삶의 궁극을 밝히기 위한 집요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는 시인” 이라고 말했다.
설 시인은 70년 전북 순창 출생으로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 등을 거쳐 현재 김재균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