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의 중국동포 강 모 씨는 지난 9월 기획부동산의 꾐에 빠져 거래도 되지 않는 100평의 야산을 2천만 원이나 주고 샀다. 강 씨가 산 땅은 강원도 평창군 ○○면 소재 임야인데 마을과 떨어져 있고 인적도 드문 비탈진 야산이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쳐놓은 덫에 강 씨가 걸려든 것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같은 중국동포 홍 모 씨는 사무실 청소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며 강 씨를 부동산 사무실로 유인했다. 회사 상무라는 사람이 강 씨를 보더니 “청소나 할 분이 아니다. 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개발지역' 미끼로 유혹
잠시 후, 상무라는 사람은 “회사에서 좋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곧 개발될 예정이어서 사두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데 특별히 기회를 줄 테니 사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오늘밖에 시간이 없으니 바로 계약하자”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개발 이야기를 한참 쏟아내며 강 씨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강 씨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려는 지능적인 수법이었다. 결국, 강 씨는 투자 가치가 없는 산골 야산을 회사 상무의 말만 듣고 바로 계약하였고 다음날 잔금을 치렀다. 이틀 후 강 씨는 자신의 결정이 잘 못 되었음을 깨닫고 회사를 찾아가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상무는 강 씨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는 것이다. 또한, 매매대금을 완납했기 때문에 계약해지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오빠와 함께 다시 찾아가 강하게 재차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법대로 하라”고 퉁명스러운 답변으로 일관했다 부동산 회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였으며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형사 처분, 원금 회수 어려워
현재 강 씨는 해당 부동산 회사를 위계에 의한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강 씨가 회사를 처벌하고 원금을 되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의 강압에 의한 계약도 아니었고, 이미 잔금까지 치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인인권보호법률위원회 최경섭 위원장은 “이 사건의 경우 형사적 처벌은 어려워 보인다, 민사소송을 통해 일부 승소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이것도 입증과정이 쉽지는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공인중개사 고묘순 씨는 “현재 이 땅은 투자 가치가 전혀 없다. 기획부동산의 전형적인 사기수법에 걸려든 것 같다”며 “중국동포들이 부동산 지식이 얇다는 것을 악용한 것인데 매매 판단은 본인이 한 것이라 기획부동산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취재결과 이번 부동산 사기극으로 10여 명이 넘는 중국동포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부동산 회사는 지난해에도 현재 회사명과 다른 이름으로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인근의 야산을 동일한 수법으로 중국동포들에게 팔아 수억 원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취재과정에서 밝혀졌다.
중국동포 피해자가 또 사기 쳐
한편, 피해자 강 씨의 말에 의하면 “부동산 회사의 직원 30여 명 중 15명 정도가 중국동포이었고, 일부는 강 씨와 같은 피해자도 있었다”고 했다. 피해를 본 중국동포들이 자신에게 사기를 친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해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중국동포 직원들은 중국동포 지인들, 심지어 가족 형제들을 이곳으로 유인해오고 거래가 성사되면 일정액 수수료를 받는다. 따라서 자신이 입은 손해를 조금이나마 되찾기 위해 자신에게 사기를 친 회사에서 사기공범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림동 등 중국동포 밀집지역에서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중국동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어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입하기 전에 현장 방문해야
이러한 기획부동산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토지 구입 과정에서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우선 토지를 사라는 권유를 받으면 성급하게 계약하지 말고 해당 토지 등에 대한 공적장부를 직접 알아봐야 한다. 민원24사이트(www.minwon.go.kr),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www.iros.go.kr), 온나라 부동산정보(www.onnara.go.kr), 토지이용규제 정보시스템(http://luris.mltm.go.kr) 등을 활용하면 된다.
또 지자체 도시계획ㆍ도로담당 부서, 중개업소를 통해 개발계획의 사실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토지 분양회사나 중개업체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을 해봐야 한다. 다단계 판매나 펀드식 투자자 모집의 경우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에 문의해 업체의 영업방식이 적합한 것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현장을 방문해 토지의 위치, 상태, 주변상황, 교통사정 등을 본인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하고 개인소유의 사도나 산길 등은 건축행위가 제안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계약 전에는 토지의 소유관계와 등기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직거래의 경우 주민등록증 등 소유주 신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에 등기이전 방법ㆍ절차, 시기 등이 명시돼 있는지도 따져본다.
정리=이재경 기자
<자료제공=한국인권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