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신문=윤영환 변호사】제가 대표로 있는 이주민지원센터 친구는 대림동에 있습니다. 대림동은 한국에서 아마 단일 지역에 동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일 겁니다. 저희 '친구'의 지향은 평화, 인권, 공존입니다.
이미 외국인 이주민 150만명 시대의 한국사회는 인종과 민족과 출신지역을 넘어 평화롭게 함께 살기의 가치를 공유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명실상부한 다문화사회가 되었습니다. 평화와 공존의 화두를 가지고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체 명칭도 친구로 정하게 되었지요. 평화와 공존의 삶을 살고 만들어가는데 '친구가 되기'는 중요한 목표이면서 방법이면서 삶의 태도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대림동에서 3년여간 단체 사무실을 열고 법률상담과 인권지원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동포들의 친구가 되고 싶고, 되어 주겠다고 선언하고 활동하였지만 우리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친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관계를 맺고 일정한 신뢰관계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말로 친구가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평화롭고 지금보다 더 살만하게 되었겠지요.
일단 친구가 되려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상대방을 '알아야'합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관심'입니다. 그 다음엔 '만나야'합니다. 그리고 친구는 여러 만남과 관계중에서도 '이해관계'나 '자기이익'이 중심이 되지 않는 것을 본질로 합니다.
말로는 친구라고 하더라도 이익이 중심이 된다면 친구가 아니라 거래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 친구는 서로를 존중합니다. 친구는 친구가 하는 일이나 관심분야가 잘 되기를 바라고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때로는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기 일처럼 돕습니다. 그 때 도움은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와 돕습니다. 친구이기 때문이죠.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내가 힘들 때 다른 삶을 돕기는 쉽지 않습니다.
친구라고 하더라도 때로는 힘껏 돕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는 친구의 아픔과 어려움, 궂은 일, 좋은 일을 묵묵히 지켜보고 때로는 함께 아파하고 때로는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갑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길을 찾아갑니다. 어떤 때는 큰 뜻을 함께 도모하기도 합니다.
친구가 무엇인지는 나라마다 문화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옛부터 관계를 중시해왔습니다. 관계(꽌시)때문에 정의롭지 못한 일을 용납하는 것은 진정한 친구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친구이기에 필요한 때 정의롭고 올바른 방법으로 한껏 친구를 돕는 것은 여전히 미덕입니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번 만나고도 백년지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마음이 맞고 뜻이 맞는다는 것이 친구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심없이 돕고 친구가 되는 것은 성숙한 인격과 관계의 지표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친구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이처럼 친구가 된다는 것에 대하여 깊이 사색하고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한 요즘 한국사회입니다.
누가 진정한 친구인가. 나는 누구의 친구인가. 서로 친구가 되어 친구의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살아가고 서로 돕고 이 힘들고 거친 세상을 견뎌내고 헤쳐나가는 것이 절실한 세상입니다.
저는 동포들과 기존의 한국 사람들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친구가 되어야 제대로 잘 살 수 있고 보다 풍요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할 필요가 있고 친구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적인 필연성과 이유도 있습니다.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려면 서로 많이 만나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은 만나야 친구가 될 수 있겠죠. 만나지 않고는 서로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기에 친구가 될 수 없고 선입견과 편견으로 서로를 대하기에 친구가 됬을 때 누릴 수 있는 많은 도움과 즐거움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 '친구'가 대림동에 복합문화공간으로 '평화 인권 카페 친구'를 설립한 것도 그런 친구들이 더 많아지고 친구가 된다는 것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상호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보다 많은 분들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지만 진정한 친구의 만남과 공동체가 촉매나 씨앗이 되어 점점 평화와 공존의 길로 한국사회와 동북아시아가 나아가고 바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글 윤영환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