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신문】지난 5월에 여행생협이라는 단체를 통하여 블라디보스톡과 연해주를 거쳐서 훈춘, 도문, 이도백하, 백두산, 용정, 연길로 이어지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우스리스크의 고려인 마을에서는 스탈린에 의하여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되었다가 재귀환한 고려인 정착촌을 방문하여 우리말 학교에 학용품을 전달하고, 동포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훈춘과 도문을 거쳐 하염없이 버스로 두만강변을 달리면서 북한땅을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는데, 러시아와 중국은 마음대로 오고 가면서도 북녘 동포들과는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비애가 사무치게 가슴에 올라오기도 하였습니다.
구한말 이래 동포들이 만주와 연해주 등으로 이주하게 된 역사와 생활, 현재의 연변 자치주의 동포들의 삶에 대하여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모든 간판에 한글과 중국어를 함께 쓰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일제 식민지 지배와 6. 25전쟁으로 전통문화가 많이 유실된 남한보다 민족 전통의 정서와 문화가 많이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길 밤거리의 화려함을 보며 중국 경제의 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남한으로 이주하신 많은 동포들을 떠올렸습니다. 많지 않은 분들이지만 직접 연변에서 동포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한에 이주하신 동포들의 역사와 삶를 조금 더 알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명절에 남한으로 가는 역귀성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북한이 힘들지만 남한이 잘 살아 주어서 자부심을 느끼고 고맙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남한에서 성공한 동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어서 좋은 감정도 있지만 나쁜 감정도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연변 이주사, 연변 풍속사, 전해오는 이야기 등에 대한 책자를 여러 권 수집하여 가져오기도 하였습니다.
연해주와 연변을 다녀오면서 동포들이 중국에서도 잘 살고, 한국에서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는 남한 사람들이 동포들의 이주 역사와 현재의 삶에 대하여 보다 더 많이 알고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동포들은 다문화 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이주민 중 인구도 가장 많고, 대림2, 3동과 같은 동포들의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어 경제적, 생활적으로 자생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집단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동포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이 바로 한국사회에 동포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어야 할 때입니다. 한국사회에 동포들의 역사, 생활, 희노애락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호 이해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에 사소한 문제로 집단적 갈등으로 비화되어 미국과 유럽 같은 다문화 사회들에서 보이는 집단적 갈등과 폭동이 한국사회에서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그와 같은 갈등을 미리 방지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첫걸음은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대화는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내 이야기가 솔직하고 진실할 때 상대방의 마음이 녹아 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 동포들의 생각, 감정, 바램이 녹아 있는 이야기가 한국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삶과 하나로 연결된다면 이해와 공감이 커지고 모두의 삶도 더 풍요로와질 것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귀기울여 듣겠습니다."라고 서로에게 부탁하고 약속했으면 합니다. 올해 안에 다시 한 번 연변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대림동에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