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지원센터 친구에서는 한국에 와 계신 동포들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기 위하여 구술면담에 기초한 책을 출판하려고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가족들과의 만남은 매우 뜻깊었습니다.
연변에서 만난 친척들은 대부분 한국에 가족이 나가 일을 하고 있었고, 만난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일을 한 경험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에 이주하여 살아가고 있는 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깨달은 것은 동포들의 한국에서의 삶과 고향인 중국에서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의 연결, 생활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는 의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한말 이래로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살아온 고된 세월들, 현재이 애로들을 듣고 보았습니다.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동질성이 있기에 북한과 남한을 같은 거리에 두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남쪽과 강대국과 대등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쪽 모두에 대하여 일정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습니다. 남쪽이 여유가 있는 만큼 책임이 더 크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여행중이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할까 합니다. 연길에 도착한 다음 날 새벽 기차로 이도백하로 가야하였는데 제가 여권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하는 바람에 일행이 기차를 놓치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용정으로 택시를 타고 기차를 앞질러 가서 기차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경황이 없이 서둘렀던터에 아침 밥도 먹지 못하고 있다가 사발면에 가져간 간식거리로 간단하게 대합실에서 요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용정역에서 일하시는 역무원 한분이 오셔서 당신들이 먹고 있던 만두와 먹을 거리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50대 중반의 인상 좋은 중년의 아저씨셨습니다. 그 분은 따님이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동포들 무시하지 말고 잘해 주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저희에게 친절하게 안내도 해주시고 먹을 것을 나누어주시는 것도 한국에 있는 자기 딸과 같은 동포들에게 더 잘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하셨습니다. 편안하게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중국이 한국보다 먹고 살기는 더 낫다. 살만하다. 하지만 돈을 더 벌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가는 것이다. 그러니 무시하지 말고 잘 대하주면 고맙겠다” 고 하셨지요. 한국에 있는 딸을 생각하고 염려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달되었고, 저희도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국 땅에서 새벽 기차역에서 말이 통하는 동포 어르신에게 음식을 대접받고 환대를 받으니 나도 한국에 와계신 동포들이나 이주민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친절하게 하고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은 어디에서든 계속되고 그 삶들은 모두 다 같이 치열하고 생명과 생존을 위하여 고군분투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한국에 있든, 외국에 있든 모두 같습니다. 이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동료의식, 연민이 평화와 연대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작은 친절과 미소가 저와 일행을 행복하게 하였고 그 고마운 마음과 연민의 마음을 이렇게 글로나마 전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런 사소한 친절과 연민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주민지원센터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