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을 기점으로 목포와 광양을 거쳐 경남 하동, 사천, 진주, 창원, 부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는 대부분 왕복 4차로 이상의 고속화도로다. 이 가운데 신안군 구간, 하동읍~사천시 곤명면 구간 등 일부 도로가 호젓한 왕복 2차로라 그 맛이 각별하다. 길은 경전선 철로와도 거의 나란히 달린다.
진주대첩의 현장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서진주 I.C를 빠져나오면 10분 거리에 진주성이 있다. 임진왜란 때 진주 목사 김시민이 왜군을 대파한 진주대첩의 현장이다. 1593년 왜군과의 2차 전쟁에서 최후까지 격렬히 저항했던 곳이기도 하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품에 안고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굽어보며 묵묵히 서 있는 성은 진주의 상징이고 진주 시민의 자랑이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성을 거닐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진주성 안에는 촉석루와 의암, 김시민장군 동상, 국립진주박물관이 있다. 영남 제일의 누각으로 꼽히는 촉석루는 고려 고종 28년(1241)에 창건해 임란 중에는 진주성을 방어하는 지휘본부로 쓰였고,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60년에 복원했다. 토요일 오후에 성을 찾는다면 촉석루에서 두 시부터 한 시간가량 펼쳐지는 상설공연을 기다려 보자. 진주검무, 한량무, 진주교방굿거리춤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촉석루 아래로 내려가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몸을 던져 충절을 다했다는 ‘의암’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말자.
부처가 열반에 들기 전
진주를 벗어나 사천시 곤명면에 들어선 후 58번 지방도로로 슬쩍 빠져 5킬로미터 가량 가면 봉명산 다솔사에 이른다. 신라 지증왕 때 창건된 다솔사는 자장율사, 의상대사, 도선국사가 수행 정진했던 곳으로 전한다. 다솔사와 인연이 깊은 인물로 만해 한용운과 소설가 김동리도 있다. 만해는 이곳에서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했고, 김동리는 단편 <등신불>을 썼다.
적멸보궁 안에는 드물게 와불상을 모셨다. 부처가 열반에 들기 직전의 모습이다. 김동리 선생이 경남지역 청년들을 모아놓고 야학수업을 했다는 대양루, 적멸보궁 뒤 부처의 사리를 모신 사리탑, 만해가 머물렀던 응진전, <등신불>이 탄생한 안심료까지 찬찬히 둘러본다.
지리산을 오른편에 두고 하동으로 넘어오면 북천면 직전리다. 매년 9월 말이면 코스모스·메밀축제가 펼쳐지는 곳이다. 여행 시기를 못 맞추더라도 북천역은 한번쯤 들러 보자. 대단한 볼거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고즈넉한 풍경이 어여쁘고 애틋해서다. 경전선 열차가 상하행선 각각 하루 다섯 번씩 오가는 간이역은 코스모스의 고장답게 온통 분홍빛으로 꽃단장을 했다. 9월말에서 10월이면 선로 주변은 코스모스가 지천이다. 열차가 지나가는 직전마을 어귀에 가득한 귀여운 벽화가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이제 길은 횡천면과 적량면을 거쳐 2번 국도 진주~하동 여행의 종착지인 하동읍에 다다른다. 하동읍에서 쉬어갈 곳은 천연기념물 제455호인 하동송림 그리고 섬진강과 하동읍을 내려다보는 하동공원이다.
하동공원과 송림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하동공원엔 크고 작은 정자와 솔숲광장, 산책로,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맑은 날 공원에 오르면 하동읍뿐만 아니라 섬진강 건너 전남 광양시 다압면까지 훤히 보인다.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때 강바람과 모랫바람을 막으려고 조성한 소나무숲인데, 지금은 멋진 노송숲이 되어 하동 사람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 주고 있다. 섬진강 백사장을 곁에 두고 산책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울창한 솔숲에서 낮잠 한숨 청하기에도 그만이다. 송림이 끝나는 곳엔 경전선 섬진강철교가 지나고, 강 건너편은 전라도 광양 땅이다. 2번 국도는 섬진강을 건너 광양으로 이어진다.
○ 문의
진주시청 문화관광과: 055)749-5086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77
진양호 공원관리사무소: 055)749-2510
○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진주, 1일 1회 운행(무궁화호), 6시간 50분 소요
버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진주, 15~70분 간격 운행
서울남부터미널-하동, 2시간 간격 1일 8회 운행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