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신문 / 동포신문】“안녕하십니까? ○○은행(혹은 ○○경찰서)입니다”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라면 십중팔구는 이것이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의심할 만큼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우리 생활에서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범죄가 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이란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전화로 개인정보를 빼내서 사용되는 신종범죄를 일컫는 말입니다. 보이스피싱이란 범죄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인데, 초기에는 그 범죄 방법이 조악하여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단번에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처음부터 발신번호를 경찰서나 은행으로 표시하여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자동응답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개인의 금융정보를 취득하는 등 갈수록 범죄수법이 지능화 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범죄가 주로 공공기관을 사칭하여 개인의 금융정보를 빼내는 범죄인 까닭에, 아무래도 이러한 범죄의 주된 피해자는 금융거래에 서툰 나이가 많은 노인층이나 사회경험이 적은 주부들이 그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고된 일을 하면서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해 날리게 된 노인들이나 주부들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은 이제는 신문기사 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중한 처벌 경향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수사기관은 물론 법원에서도 이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반범죄의 경우 범인이 초범이고 범죄액수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라면 보통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피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나,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에는 수사단계 부터 구속수사하고, 재판에서도 무조건 실형이 선고되고 있고 그 형량도 보통 2년 이상의 중형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엄중한 처벌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발본색원하려는 검찰과 법원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징
보이스피싱 범죄는 범죄 주체 내부적으로 볼 때에도 여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고, 각 단계 역시 모두 점조직으로 되어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보통 보이스피싱 범죄는 범죄를 주도하는 세력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통신망을 마련한 다음, 전화를 걸어 피해자로 하여금 송금을 유도하는 전화상담 역할 부분, 피해자로부터 송금 받을 차명 예금계좌를 관리하는 역할 부분, 차명계좌에 입금된 금원을 출금하여 이를 전달하는 역할 부분, 다시 이렇게 전달받은 금원을 해외에 있는 범죄세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 등으로 매우 세분화하여 역할분담을 하도록 조직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사람들을 부분적으로 모집하여 이들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이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역할 이외에 다른 어떠한 일들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범죄에 가담하게 됩니다. 그 결과 범죄가 발각되어 일부 관련자들이 붙잡힌다 하더라도 붙잡힌 사람들은 자신이 행한 역할 이외에 다른 단계의 관련자들에 대하여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 사이 범죄를 주동한 주체 세력은 수사기관의 포위망을 뚫고 종적을 감추는 일이 많아,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각된다 하더라도 그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관여될 수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근거지를 주도 해외에 두는 일이 많으면서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도 많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경우 보이스피싱 조직은 한국에서 계좌에 입금된 금원을 인출하거나 이를 전달할 사람들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한국에 들어와 있는 과거 알고 지내던 재중동포들에게 이러한 유혹의 손길을 뻗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제의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카드를 건네받아 이것을 가지고 특정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여 전달하기만 하면 커다란 돈을 준다는 것이기에 이것이 커다란 죄가 된다는 생각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덜컥 이러한 제안에 응하게 되었다가, 나중에 보이스피싱 범죄자로 중하게 처벌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와 같이 보이스피싱 범죄로 처벌되는 경우에는 단순히 예금을 인출하여 이를 전달하는 역할에만 그쳤다 하더라도 이 자체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기에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역할을 통해 실제로 얼마를 받았는가와 상관없이 자신이 인출한 금액 전부가 범죄 금액이 되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수사기관에서는 이와 같이 보이스피싱 범죄가 점조직 형태로 단계적 구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피의자가 관여하지 않은 부분까지 모두 피의자의 범죄행위로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아 피의자는 순간의 잘못으로 엄청난 처벌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최근 제가 변호한 사건 역시 이러한 경우이었습니다. A씨는 한국에 들어와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쉬고 있는 터라 생활고에 시달렸고, 특히 같이 들어온 아내의 출산이 다가오면서 아내 역시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A씨의 고민은 갈수록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고향 후배가 중국에서 전화를 해와 예금을 인출해 전달해 주면 200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처음 이러한 제의를 들은 A씨는 뭔가 잘못된 일을 하는 것 같아 망설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닌 것 같고 또한 하는 일에 비해 200만원이라는 금액이 무척 고액이었기에 결국 이러한 제의를 수락하였습니다. 그리고 후배의 지시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다음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수차례에 걸쳐 3,000여 만원을 인출하여 이를 후배가 알려준 사람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갑자기 집안에 형사들이 들이닥쳤고,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되어 1심에서 징역3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항소심에서 저를 찾아온 만삭이 된 A씨의 부인의 얘기를 들은 저는 1심 기록을 검토하는 도중 A씨가 관여하지 않은 부분까지 A씨의 범죄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여 이를 지적하였고, A씨의 딱한 사정들을 설명하면서 재판부를 설득하여 결국 A씨는 이례적으로 1심의 형에서 대폭 감액된 1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각별한 경각심 필요
최근 저에게 상담을 의뢰하는 많은 분들 중에는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들도 있지만 이와 같이 예기치 않게 보이스피싱에 관여되어 중한 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한 분들도 많습니다. 앞서 본바와 같이 별다른 생각 없이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제의한 약간의 돈에 현혹되어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가 중하게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법률사무소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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