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이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의료나 법적 도움의 손길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이야기 이며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 그러한 손길에 제대로 응답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얼마 전 상담 중 만났던 이주민 A씨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A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한국에서는 3년 정도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며칠 전 남편의 심각한 폭행과 욕설을 못 이기고 경찰을 불러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그때부터 집밖에서 지내고 있었으며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를 매우 두려워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남편을 형법상 처벌을 받게 하고 싶은지, 혹은 이혼을 할 생각인건지 물었으나 A씨의 대답은 본인은 경제적으로 자립을 할 수 없는 상태이며 현재 임신 중인데 아이를 어떻게 무사히 잘 낳을 수 있을지 걱정되며 남편과 이혼하고 한국에서의 체류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너무 막막하여 이혼을 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국적법 제6조 제2항 3호에 따르면 이혼사유가 배우자(상대방)에게 있는 경우 그 귀책사유를 입증하면 간이귀화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비자도 연장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입증을 위해서는 평소에 남편의 폭력 등에 대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어야 된다. A씨는 이혼을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후에 이혼을 결심할 때는 대비하여 준비를 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결혼여성 쉼터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 하겠다 고도하였다. 한국에서 자립하여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조금은 얻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편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이주민 여성을 위해 마련된 체계적인 안전망이 없다는 것에 상담하던 나 자신도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주 결혼 여성의 인권은 다문화 사회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또 그 자녀가 대한민국의 미래로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원단체, 봉사단체에서 도움을 주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입법부나 정부에서도 이주민 여성들을 위해 보다 제도적인 안전망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