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근로현장의 대부분 사업주들은 근로자가 일하다 다치는 경우에 이를 근로자 개인이 잘못한 것으로 치부하여 사업주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잘못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 노동법에 친숙하지 않은 이주민들, 특히 체류자격이 적법하게 갖추어있지 않은 이주민들은 이러한 부당한 요구에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냉가슴을 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노동법도 산업재해의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거나 그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근로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하여 “무과실 책임주의”에 기초한 재해보상제도를 마련하였다. 즉,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이에 대한 사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근로자가 설령 자신의 부주의로 인하여 재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고려하여 보상금을 감액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산재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사업의 위험성, 규모 및 장소등을 고려하여 산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주민들이 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조건에 비추어 볼 때, ⅰ) 각종 건설공사의 총 공사금액이 2천만원 미만인 경우, ⅱ) 연면적이 100㎡ 이하인 건축물의 공사 또는 연면적이 200㎡이하인 건축물의 대수선에 관한 공사, ⅲ) 사업체를 통해 공급되는 간병인 또는 가정부가 아닌 개인적으로 소개를 받은 개인 간병인 또는 개인 가정부, ⅳ)농업, 임업, 어업 중 법인이 아닌 사업으로서 근로자수가 총 5인 미만인 사업의 경우에는 적용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산재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 · 사업장의 사업주는 당연히 산재보험의 보험가입자가 되는 ‘당연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는 고용계약을 체결한 사실만 입증하면 미가입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산재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로 승인받게 되면 다음과 같은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요양급여”를 지급받고,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평균임금의 70%에 상당하는 “휴업급여”를 지급받는다. 치유를 마치고 장해가 남는 경우에는 “장해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고, 간병이 필요한 경우에는 요양급여와 별도로 “간병급여”를 지급받는다. 업무상 사유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하고, 평균임금의 120일분에 상응하는 “장의비”를 유족에게 지급한다. 산재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재해일을 기준으로 3년 내에 신청해야 한다.
산재보험법은 아직까지 재해에 관한 입증책임을 근로자에게 맡기고 있는 한계가 있다. 작업 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구체적인 재해발생 경위를 메모하고, 주변 동료 근로자들에게 사진 등을 찍어달라고 하는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산재 신청을 위해서는 회사의 주소지 관할 근로복지공단에서 “최초요양급여신청서” 양식을 받은 후, 사고경위를 작성하고, 담당 의사의 소견을 받아 제출하면 된다. 요양급여신청서 양식에는 사업주의 날인을 하는 곳이 있는데, 만약 사업주가 날인을 거부하더라도 산재 신청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인 근로자들도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절차와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법제도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으나, 아직까지 사업주들의 인식이 만들어진 법 만큼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산업재해임이 분명함에도 개인적인 재해로 처리하는 이른바 “공상(空傷)”처리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산재를 은폐하기위한 이러한 관행은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 및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 국적· 피부색에 관계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에 보장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여 온전히 치료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 조영관 변호사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