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체류자격을 상실한 미등록 외국인은 바로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귀화를 신청할 수가 없고, 중국에 귀국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한 후 신청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드리면 백이면 백 "그래도 방법이 없나요?"라는 질문을 되돌려 받고는 한다.
물론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도 간절하게 임하면 참신한 방법이 떠오를 때도 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사안처럼 귀화신청을 하려는 절박한 의지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타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으므로, 지름길로 가려다가 멀리 돌아가거나 영영 목적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오늘은 미등록 외국인 신분으로 강제출국 당했다가 중국에서 이름과 생년월일을 변경한 호구부를 발급받아 중국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제출하여 변경된 명의로 입국사증을 받은 다음, 다시 한국에 입국하여 그 명의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고 귀화허가신청서까지 제출한 중국동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696 판결)를 소개하고자 한다.
형사처벌까지 받았다면 그 중국동포가 제출한 서류로 귀화허가까지 받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실제 피고인은 최종 심사 결과 귀화허가를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귀화허가를 받지 못했더라도 피고인이 영사관 담당직원을 속여 귀화허가신청을 수리하게 하였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였다.
위 사건에서 또 한 가지 쟁점은 피고인의 거짓말이 아니라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 때문에 허위 자료를 받고 신청을 수리하였다고 볼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제출한 거짓 신청사유나 거짓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것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어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하지만, 피고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담당자가 관계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요건의 존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으나 신청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인 것을 발견하지 못하여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아니라 피고인의 거짓말에 의한 것이어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
위 사건에서 피고인이 강제출국 당시 자신의 인적사항과 동일성이 없는 허위의 귀화신청 서류를 제출하면서 그 서류에 부합하는 허위의 주장을 하였다면 영사관 담당직원이 신청 수리 심사 과정에서 피고인의 인적사항 외에 피고인의 강제출국 전력까지 확인하여 피고인의 주장이 허위임을 발견하리라고 기대하기란 어렵다.
위 사건은 피고인이 강제출국당한 전력을 숨기기 위하여 중국에 돌아가 이름을 개명하고, 변경된 이름과 생년월일을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세탁한 점이 가중요소로 참작된 사안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가령, 위 사안과 달리 일반귀화 신청시 제출하는 다른 서류 중 생계유지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계좌의 잔고 등을 변조하여 제출하고 귀화허가를 받는다면 어떨까? 허위의 호구부보다는 사소한 서류의 변조라고 하더라도, 신청인이 적극적으로 국가기관인 영사관 담당직원 등을 속여 귀화허가를 받았다면 이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별도로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죄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아무리 사소한 서류라도 영주권 취득 내지 귀화 신청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그 자료에 부합하는 허위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