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가사도우미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규정은 존재했다. 당시에는 주로 ‘식모’로 불렸던 가사도우미는 근로시간과 생활시간의 구별이 없고, 근로자 내지 노동자라기보다는 가사일과 숙식을 교환하는 넓은 의미의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또한 근로기준법이 가사사용인을 법적 보호대상에서 제외한 이유 중 하나로는 사생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근로에 대한 관리 감독의 어려움이 꼽힌다. 가정 내에서 일어난 일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근기법 적용 대상에서 가사사용인을 제외한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문제는, 가사도우미가 임금을 목적으로 고용주에게 종속되어 지시 감독을 받으면서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로 저임금 노동자인 이들에 대하여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근로관계법령과 사회복지 관계법령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사도우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가사노동자 보호협약을 제정한 이후로도 현재까지 이러한 차별적 조항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가사노동자 보호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한국의 노동법과 사회법은 근로기준법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에서 제외한다는 말은 다시 말해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임금채권보장법 등 거의 모든 법령의 적용에서도 제외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가사노동자는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일을 하다가 다치면 자비로 치료를 해야 한다. 퇴직금이나 유급 휴가는 생각할 수도 없다.
이주 가사노동자의 비율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 한국법은 재외동포를 포함한 이주노동자에게는 고용계약을 맺은 취업만을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입주가사도우미의 대부분, 요양병원 및 시설의 간병인 대부분은 알선을 통하여 중국동포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재외동포 가사노동자의 등록화를 유도해 왔다. 2010년에는 가사노동자, 간병인으로 1년 이상 같은 직장에서 근속한 동포에게 장기 체류가 가능한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부여하기도 하였고(이 제도는 현재는 유효하지 않다), 2013년에는 방문취업자(H-2)가 교육 이수 후 고용주 변동 없이 2년간 육아도우미로 근속한 경우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외국인 육아도우미 제도’를 실시한 바 있다. 육아도우미로 활동하거나 활동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양육 관련 문화와 실무지식을 교육하고 교육수료자에 대한 정보를 구인자(부모)에게 제공해 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등록화 노력은 체류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지 이들 이주 가사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위한 등록화는 아니었다. 따라서 정부는 외국인 육아도우미 제도 등 외국인과 동포 인력을 제도적으로 가사노동자 분야에 투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아울러 이주 가사노동자를 포함한 가사노동자의 법적 보호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국회, 여성단체 및 가사노동자협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가사사용인의 법적 보호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첫째, 근로기준법의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규정을 삭제하여 전면적으로 적용대상에 편입시키거나 적용조항을 열거하는 방법. 둘째, 가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형식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가사노동자들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주 가사노동자들의 단체나 연대가 확립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개선안에 이주 가사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이주 가사노동계에서도 위 논의에 동참하기 위하여 조직적인 연대를 시작할 필요성이 여느 때보다 크다.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 임애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