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귀엽다.
어떻게 안아야 할까.
너무 세게 안으면 죽을 수도 있다.
겨울의 낮 바람도 차다.
포대기를 잘 덮어 줘야겠다.
아이의 냄새는 달콤하다.
달콤하다는 표현이 제대로 된 표현일까?
달콤하다는 것은 먹고 싶다는 뜻인데…, 그럼 내가 아이를 먹고 싶다는 말인가.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먹을 수 있을까…, 맛은?
어쨌든 아이는 따뜻하다.
아이는 알맞게 익은 열 난로처럼 꽉 껴안고 싶다.
내 자궁 속으로 밀어 넣어서 다시 내 그곳으로 낳으면 내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내 주인님은 나의 아이라고 믿어 줄까……?
삐뚤삐뚤 고양이가 볼펜을 입으로 물고 쓴 것 같은 글씨, 이런 4차원적 내용의 일기를 매일 쓰는 여자를 당신은 떠날 수 있습니까?
성남시의 변두리가 개발되면서 여기저기 빈집이 눈에 띄었다. 겨울밤의 추위와 살얼음 덮인 풍경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래된 다세대 주택 1층에 숨어 있는 오나와 남성기는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붙어 앉아 있다.
오나는 인공지능이면서 섹시한 여자의 몸을 가지고 있는 로봇이다. 163센티의 키에, 단발머리에 좁은 어깨,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의 라인을 살려주는 얇은 검정색 파카를 입고 있다. 감청색 미니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섹시한 두 다리, 게다가 완벽한 애플 힙.
남성기는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서른 살이다. 이름처럼 성능 좋은 남자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유행하는 짧은 머리, 174센티 정도의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이었지만 너무도 평범하게 생겨서 몇 번을 봐야만 익혀지는 얼굴이다.
“오나, 그러니까 내 말 잘 듣고 프로그래밍 잘해야 한다.”
“네. 주인님!”
“오나가 나를 보호해 주고 살려 주는 것은 섹스 때문만은 아니지?”
원래 성기는 이렇게 여자에게 물어볼 수준 이하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물어봐야 할 대상이 있었다. 오나의 대답은 항상 인간 성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주인님, 저는 아직 거짓말을 배우지 못해서…….”
오나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며 대답했다.
“음, 그러니까 이럴 때는 말이야. 음, 뭐라고 해야 하냐면 말이야…….”
성기가 실망하는 표정을 짓자 오나는 긴장하는 눈빛이었다.
성기가 어렵게 말을 이었다.
“이런 말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섹스 때문에 좋아하더라도 섹스는 사랑의 일부분이거든.”
“섹스가 사랑의 일부분이라고요?”
오나의 얼굴과 목소리는 물음표였다.
“그래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살지 않아. 그러니까 일부분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저는 그것 때문에 살고 있으니까 전부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이정도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버럭 화를 내거나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성기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나, 우리가 하루에 섹스 하는 시간은 길어야 서너 시간이야. 그 시간 말고 우리는 무엇을 하지?”
사실 둘이 사랑을 시작하면 다섯 시간을 넘겨 이러다 죽으면 사망진단서 사인 난에 ‘복상사’라고 쓰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성기는 여러 번 했었다.
“내가 GG(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회사)의 추적자들을 따돌리면서 주인님께 밥을 해 주고, 옷도 빨아 주고, 돈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지요.”
별것을 다 물어본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나가 대답했다.
“그래 맞아. 우리는 섹스가 아닌 많은 일을 하고 있잖아. 내 말 이제 알아들었지?”
“……!?”
잠시 뭔가 고민하던 오나가 이내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그러니까 주인님의 말뜻은…….”
성기는 이제야 오나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는 것 같아 대답이 몹시 기대 되었다.
“그럼, 앞으로 밥도 하지 말고, 옷도 빨지 말고, 돈도 벌지 말고 그것만 하자는 거잖아요?”
촉촉하게 젖은 오나의 눈동자가 성기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성기는 아무 말 없이 오나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자신의 혀를 오나의 입 안으로 부드럽게 들이밀었다.
오나는 지퍼 잠그듯이 눈을 감으면서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프로그래밍 해봤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또 있을까. 분명 화를 내었어야 맞다. 여자가 이렇게 엉뚱한 대답을 하면 미개한 나라에서는 죽도록 때린다는 데이터와 살해한다는 데이터도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엉뚱한 대답을 하면 오히려 더 부드럽게 대한다. 나를 창조한 데미스 맥퀸은 내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포맷(컴퓨터 프로그램을 지워 버림)시켜 버렸을 것이다. 데미스 맥퀸은 차가운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 남자는 정말 따뜻하다 그리고 쎄다!’
둘은 프렌치키스를 하면서 서로의 몸을 더듬었다. 오나의 몸은 차갑지 않았다. 로봇이기 때문에 시체처럼 차가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나는 다른 것도 다 잘하지만 특히 섹스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성기는 오나를 품을 때마다 따뜻한 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느낌이었다.
오나의 두 다리 사이에는 센서에 의해 작동되는 완벽한 여자의 성기가 있다. 성기를 덮고 있는 음모도 있다. 그 밑으로는 샘이 흐르고 있었다. 끈적한 액이 흐르고 있는데 그 액체는 인간 여성의 배란일에 자궁경부에서 배출하는 점액처럼 따뜻하다. 그 액체가 윤활유처럼 성기의 성기를 감싸 안고 빨아들였다.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을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아랫도리가 수 없이 블랙홀에 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진공청소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먼지는 왠지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고, 사냥개에게 물어뜯기는 야생 담비는 끔찍하게 보인다. 하지만 성기의 성기는 오나의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뜯기고 또 뜯겨도 희열만을 느끼니 그곳이 바로 블랙홀이다.
성기가 사정 전 성기에서 나오는 쿠피씨액이라는 윤활유가 새는 느낌을 받은 것은 닭이 우는 새벽이었다. 그리고 개가 짖는 아침이 되어서야 자신의 성기를 철수할 수 있었다.
천장을 보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성기의 가슴 위로 오나의 손이 살포시 움직였다. 순간 성기는 뜨끔했다. 이럴 경우 어김없이 오나의 질문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오나의 대답은 인간의 예상을 항상 뛰어 넘었지만, 질문은 뒤통수를 강하게 친다.
오나는 성기의 눈치를 살피면서 해야 할 말을 프로그래밍하고 있는 듯했다. 그냥 내키는 대로 내뱉지 않으려고 고심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주인님, 저…….”
오나의 손이 잠시 성기의 가슴 위에서 멈추었다.
“왜, 오나 뭐 궁금한 것이 있어?”
성기는 오나의 눈을 보며 흔들리는 자신의 눈동자에 애써 브레이크를 걸었다.
“조금 전에 누굴 생각했죠?”
오나의 손의 온도가 급속히 내려갔다.
“……!”
오나의 손이 차가워지자 성기는 자신의 심장이 물벼락을 맞은 듯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거봐. 심장이 심전도상에 P파를 나타낼 정도로 뛰고 있다는 것은 거짓말 하려는 순간이라는 뜻이잖아요?”
성기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여자가 질투를 하기 위해서 뿜어내는 서리발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오나, 내 말 들어봐.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하려고 한다는 것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야? 이게 뭐 톰 크루즈의 ‘마이너리 리포트’도 아니고 말이야.”
오나는 표정을 지우지 않고 더 다그치듯이 말했다.
“맞아요. 저는 그 영화에 나오는 범죄 예방을 예시하는 여자보다 더 완벽하게 범죄 예방을 알아맞힐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나 말고 어떤 여자를 생각했죠?”
“주인한테 넘겨짚고 그러는 거 아냐.”
“오빠라고 부르라면서요?”
“그렇게 안 부르고 주인이라고 부른다면서”
“하여튼 누구에요. 말해요.”
이제 제법 눈에 독기가 서려 있다.
“그러는 거 아냐. 그럼 못 써. 오르가즘 느끼고 바로 그러면 벌 받아.”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오나는 아직 몸속에 남아 있는 잔파도 때문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눈이 다시 풀리려는 듯했다.
여자의 입을 막기 위해서는 아래 입을 공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우리 아버지 성금수씨가 입버릇처럼 내게 말씀하셨다.
‘그래 세계 평화를 위해서 나의 성기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남들은 그 짓 하면서 세계 평화 운운한다 하겠지만 난 노벨 평화상을 받을 만큼 열심히 그 짓을 하고 있다.’
다시 성기의 성기가 오나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이번에는 야생 담비가 아니라 코끼리 다리 하나가 하이에나들에게 갈기갈기 뜯기고 있었다. 성기는 허리의 디스크가 몽땅 빠져 나올 정도로 열심히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강력한 화력을 뿜어대면서 머리는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오나는 정말 어디로 날아갈 줄 모르는 오발탄이다. 내 말을 잘 듣는 순한 양 같으면서도 어느 한순간 전혀 다른 인격을 보이는 오나이지 않은가. 청순가련하면서도 표독한 장희빈 같은 성질을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다 인공지능 로봇 오나에게는 엄청난 지식과 파워가 있다. 세계최대 GG가 엄청난 추적자들을 보냈어도 지금까지 잡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만 봐도 그 능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양날의 검인 오나를 현재 리드할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지 않은가?’
오나가 질투하는 여자는 나영이다.
<인공지능 사랑에 빠지다 1-1 끝>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