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각종 사건 사고를 접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만큼 감사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국가적으로 볼 때 지난 2016년에는 온 나라를 깜짝 놀라게 한 믿을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사건을 통해서, 상담을 통해서 만난 분들은 매순간, 순간을 성실히 살아가며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는 분 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또는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지난 해 제가 수행하였거나 상담했던 사건 들 중 특히 기억에 남거나, 독자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 사이에 사소한 일로 감정이 상하여 싸움이 발생하거나, 술로 인해 지나가던 행인들 사이에 시비가 붙어 다툼이 발생하는 일은 언론 보도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들어볼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싸움이 폭행의 문제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의 원만한 합의로 봉합되기 쉽고, 설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형사사건으로 비화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범죄의 정도에 비추어 벌금과 같은 경한 처벌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흉기와 같이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상태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경우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미처 예상치 못하였던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형사법에서는 설사 직접적으로 흉기를 사용하여 폭행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흉기를 소지하기만 하더라도, 단순 폭행죄나 상해죄가 아닌 특수 폭행, 특수상해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경우에 있어서는 법조문에서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죄로 인정될 경우 실형이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중국동포와 같은 외국인의 경우 집행유예를 포함하여 실형이 선고될 경우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국내 체류가 불가능하게 되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됩니다.
제가 사건을 수행하였던 A씨도 특수 상해죄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진 상태에서 만나게 된 분이었습니다. 당시 A씨는 모처럼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갖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A씨의 친구 중 한명이 술에 취해 옆 자리의 손님들과 시비가 붙었고, 이 다툼은 동석한 사람들 사이의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나아가 A씨와 동석한 사람 중 한 명이 테이블에 있던 병과 의자 등으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 비교적 술이 덜 취하였던 A씨는 양 당사자들을 떼어놓고 말리는 역할을 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여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런데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경찰조사에서 자신을 술병과 의자로 폭행한 사람으로 A씨를 지목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A씨는 너무나 억울하여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였지만, 경찰에서는 A씨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같이 동석했던 친구들마저 자신들의 범행을 변명하기에 급급할 뿐, A씨에 대하여는 당시 술에 취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였습니다. 결국 A씨는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 A씨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중국으로 출국해야만 상황이었습니다. 조금 뒤 출산을 앞둔 만삭의 부인을 두고 있는 A씨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재판 기간 내내 만삭의 몸으로 걱정스럽게 사무실에 들렀던 A씨 부인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다행히 재판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간접증거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서 피해자가 폭행 당시 술에 취해 누구로부터 맞았는지 솔직히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진술을 이끌어 내었고, 수소문을 통해 알아 낸 당시 호프집의 아르바이트생이 최초 싸움 당시 A씨가 양측을 떼어놓는 것을 보았다는 진술을 해주어 A씨는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한 해에도 중국동포와 관련한 보이스피싱 범죄 역시 여전히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적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노인들, 경제적 약자들이 주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강력히 뿌리 뽑아야 할 범죄행위입니다. 법원 역시 보이스피싱에 대하여는 다른 일반 경제사범에 비하여 매우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대부분 중형의 선고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이스피싱의 방법이 갈수록 교묘하고, 복잡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이스피싱에 연루 되어 중형을 선고 받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동포들의 경우에는 중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일을 처리해 주었는데, 사실 이것이 보이스피싱에 연관된 일이어서 부지불식간에 범죄 피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례로 중국 지인으로부터 갑자기 물건을 받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갔다가 엉겁결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전달받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처음부터 보이스피싱범죄를 의욕하여 계획하였던 사람과 단순히 실수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사람과의 처벌에 있어서는 차이가 존재해야 할 것이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내용을 제대로 법원에 설명하지 못해서 보이스피싱범죄의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상황도 종종 보게 됩니다. 만약 처음부터 보이스피싱 범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이루어진 것이고, 이를 통해 별다른 경제적 이익도 취한바가 없다면 이에 대한 무죄주장을 해야 할 것이고, 미필적으로 나마 도중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면 사건 경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소상한 설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만 모든 책임을 다 지게 되는 불이익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 2017년에 갖는 소망
늘 새해가 되면 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계획도 세우고 주변에 덕담도 하면서 노력을 하지만 금세 이런 다짐들을 잊고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심지어 뒷걸음질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떠한 행동을 하기 전에 한번만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본다면 결국 보다 나은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방과 시비가 붙기 전에 상대방이 왜 오해를 한 것인지, 왜 화가 난 것인지 헤아려 본다면 아주 사소한 시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고 나아가 국내 체류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과다하게 많은 급여를 준다고 하는 경우, 투명하게 안내를 하지 않고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경우, 단순히 전달만 하는 것이니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득하는 경우 상대방이 왜 자신에게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인지 곱씹어 본다면 결코 범죄에 이용당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실정법 규정의 내용이 다소간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든 기본적인 법원칙은 달라질 수 없습니다. 한국법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상식에 맞게 행동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행동한다면 국내 체류하는데 있어 큰 불이익은 면할 수 있습니다. 올 한해에는 동포 분들이 어떤 방향으로든 억울하게 피해 입는 일이 줄어들기를 소망해 봅니다. 올해에도 사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