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신문=오피니언】이주민지원센터 친구가 매주 일요일에 법률상담지원을 하는 대학로 라파엘클리닉 상담을 하던 중에 SBS 방송사의 모닝 와이드 취재팀이 잠깐 다녀간 적이 있다. 취재진은 필리핀 보모로 인한 피해 사례를 취재 중이었다. 영어 열풍으로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 여성을 보모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법체류가 많고 돈을 받고 고국에 다녀온다고 하고는 돌아오지 않는 피해사례가 많은데, 이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불법 직업소개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를 질문하였다.
취재진은 공정한 보도를 위하여 필리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다고 하였다. 우리 센터에서는 직접 해당 사례를 다룬 적이 없어서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대화를 나누면서 걱정되었던 것은 한국인 피해자를 중심으로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외국인 혐오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취재진에게도 그런 우려를 전달하였다.
사람 사는 곳에는 사건 사고가 있기 마련이다. 정확한 조사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문제이다'라거나 '외국인이 그런 사고가 더 많다'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실제 사실도 아닐뿐더러 논리적으로도 오류이고, 불필요한 외국인 혐오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다문화공존의 시대적 추세에 역행할 수 있다.
방송, 언론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로 인하여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외국인 혐오가 확대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한국사회의 일반적 범죄율과 외국인 범죄율은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외국인 범죄율이 더 낮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의 경우 타지에서 직업을 구하여 장기체류를 하는 경우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 즉시 체류자격에 문제가 생기고 강제퇴거조치 등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하기 마련이다.
외국인 범죄의 상당수는 일상적인 한국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우발적이고 비고의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의한 범죄 발생시에 이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외국인들이 범죄 성향이 더 많고 사회 안전에 외국인이 위협 요소가 되는 것으로 오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사실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보도를 하고, 사회의 여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하는 언론의 사명에 배치되는 것이다.
외국인 관련 방송, 언론보도의 문제점은 범죄보도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이주외국인 정책과 지원이 한국인과 결혼한 혼인이주자와 다문화가정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사회가 급속히 다문화, 다민족화되면서 한국의 언론은 다문화사회의 이미지를 문화상품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는 와중에 방송이나 언론이 외국인의 실제 한국에서의 생활에 관하여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동남아 여성의 고향을 찾아가는 것을 보도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다수의 다문화가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드러내지 않고 한국사회에 잘 적응한 경우만 집중적으로 드러내어 보도함으로써 다문화가정들이 처한 어려움들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정확한 사실인식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신비화는 일부 문제점을 과장하여 보도하는 것과 더불어 부정확하고 실제 이주 외국인들의 한국사회 정착과 공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점에서는 마찬가지 문제점을 가진다.
방송과 언론은 이주 외국인들의 한국사회에서의 생활을 지나치게 문제화하거나 실제 삶의 현실이나 맥락을 벗어나 신비화하는 경향을 최대한 자제하여야 한다. 방송과 언론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만큼 책임도 크다. 부디 이주외국인들의 실제 삶과 그들의 애환, 문화적인 주체성을 존중하고 반영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이주외국인들의 삶이 개선되고, 내외국인이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문화, 이주외국인 관련 보도를 해주기 바란다.
윤영환(이주민지원센터 친구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