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신문=오피니언】한국의 국제결혼 현황은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총 결혼 건수 중 이미 10%를 훌쩍 넘어서고 있는 상황인바, 10건의 결혼 중에 1건 이상이 국제결혼인 셈이다. 이는 결국 새로 생겨나고 있는 10개의 가정 중 한 가정 이상은 다문화 가정으로서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다양한 인적구성원들로 역동적으로 만들어져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2008년 3월 21일 제정된 법률이 이른바 ‘다문화가족지원법’이다. 동법은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문화가족 지원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춘 법인이나 단체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지정하여, 다문화가족을 위한 교육ㆍ상담 등 지원사업의 실시, 다문화가족 지원서비스 정보제공 및 홍보, 다문화가족 지원 관련 기관ㆍ단체와의 서비스 연계, 그 밖에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법 제12조).
이는 다문화가족의 구성원, 특히 결혼이민자에 대한 포괄적인 사회서비스 제공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의 틀을 마련했다는 큰 의미를 가지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문화 대상에서 소외된 사람들
하지만 다문화가족지원법은 제2조 정의규정을 통해 법의 적용대상으로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하여 가족을 이루고 있는 외국인 또는 귀화자”로 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정의는 사전적 의미로 이해되는 다문화가족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은 외국인노동자, 국제결혼이주여성, 북한이주민(새터민) 등 우리 사회에 새롭게 이주한 가족들을 그 이주경위나 동기 여하와 관계없이 폭넓게 수용하고 차별적 관념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이러한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이라면 마땅히 이들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다문화가족을 정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행법은 위와 같은 협소한 정의규정으로 인해 고용허가제로 노동 이주한 이주여성ㆍ남성, 이주노동자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 외국인 유학생과 그 동반가족, 무국적 외국인과 그 가족의 문제를 같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같이 한국인과 가정을 구성한 결혼이민자에게만 정착 지원을 보장하는 것은 ‘가족의 구성과 혈통의 유지’라는 측면이 적극적으로 고려된 결과로서 국적과 혈통에 기반을 둔 차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마땅히, 다문화가족은 결혼이민자뿐만 아니라, 외국인근로자, 북한이주민, 유학생 등을 포괄하여야 하고, 나아가 이민자가족과 재외동포에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불법체류 외국인 사정도 고려해야
또한, 다문화가족지원법은 ‘합법적’ 체류 자격의 외국인만을 법 적용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원법상의 결혼이민자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상의 결혼이민자를 말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재한외국인을 일컫는 것으로서(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2조 제3호), 다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상의 재한외국인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로서 대한민국에 거주할 목적을 가지고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2조 제1호).
‘체류자격’이 합법인지 여부를 기준에 두고 정착 지원 서비스의 제공 여부를 결정한다면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체류연장 신청을 하지 못하고 초과체류 상태가 된 결혼이주자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출생한 이주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 또한 배제된다. 애초에 지원법은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가족생활에 초점을 두어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제정취지인바, 출입국관리법상의 문제를 이유로 처음부터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역시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요컨대, 다문화가족지원법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종합적으로 명문화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지만, 그 지원 대상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함으로써 애초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는바, 지속적인 법 개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천우 변호사(이주민지원센터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