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다문화 가정의 이혼 사건의 경우 상대방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이혼을 해야 국내 체류가 가능해지기에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밝히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이혼사건이든지 간에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이혼 소장을 작성하여 접수하면 거의 모든 상대방들은 의뢰인의 주장을 대부분 부인합니다. 상대방의 구체적인 반박이 담긴 답변서를 읽어보면서 항상 놀라게 되는 것은 이야기의 큰 줄기는 같은데 똑같은 사건이 당사자의 시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재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사건을 원고의 입장에서 보면 A라고 보는데 이를 피고의 입장에서 보면 A'도 아닌 B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사실 혼인이 파탄이 되어 이혼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어느 일방만이 잘못한 경우라기보다는 쌍방이 잘못한 경우이고, 이혼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그 중에 누가 조금 더 잘못했는지를 밝히게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나 드문 일이긴 하나 상대방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를 물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진행하였던 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 억울하지만 배우자의 잘못한 증거 없어
중국인 동포 A씨는 같은 고향 동창인 B씨를 만나 혼인을 하였습니다. B씨는 동포였지만 귀화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였기에 A씨는 B씨와의 혼인으로 인하여 결혼이민 체류자격으로 체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A씨는 순수한 사랑만으로 B씨와의 혼인을 결심한 것이었기에 B씨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B씨가 벌어오는 돈을 아껴 쓰고 A씨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 분가도 하고 방 2개짜리 전셋집으로 이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B씨는 혼인을 하였음에도 모든 월급을 시어머니에게 갖다 주었고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방 한 칸 짜리 집에서 시어머니, B씨의 사촌 동생과 A, B 부부까지 포함하여 4명이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A씨가 꿈꾸었던 신혼생활의 단 꿈은 생각조차 할 수도 없었고, A씨는 시댁 식구들 눈치 보느라 잠 한 숨도 편하게 잘 수가 없었습니다.
A씨는 B씨에게 분가할 것을 부탁하였고, B씨는 처음에는 돈이 모일 때까지 조금만 참으라고 하였는데, 나중에는 우리 식구들과 같이 지내는 게 뭐가 어때서 그러느냐며 언짢아하였고, 자신 덕에 한국에서 체류하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으스대기까지 하였습니다. A씨는 고시원 방이라도 좋으니 둘이서만 지내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였으나 B씨는 거절하였고, A씨는 끊임없이 드나드는 시댁 일가친척들을 위해 청소, 빨래, 식사 준비 등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A씨에게 늘 B씨 덕에 한국에서 체류하는데 시댁 식구들을 위해서 이 정도는 당연하다며 A씨를 식모 부리듯 하였습니다. A씨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B씨가 돈이 모이는 대로 자신을 위해 집을 마련해줄 것이라 믿었는데 B씨는 돈이 모이자 A씨를 위한 방 한 칸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자동차를 샀고, 이조차도 A씨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시어머니 때문에 남편도 어쩔 수 없었다고 믿고 있었던 A씨는 위와 같은 B씨의 태도에 절망하였고,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우리 사무실을 찾아 왔습니다.
A씨가 너무나 억울한 삶을 산 것은 분명하였지만 문제는 B씨가 잘못을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B씨가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A씨를 폭행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밖에 이혼 소송에서 흔히 배우자의 귀책사유라고 볼 수 있는 다른 증거도 전혀 없었습니다. B씨와 그 가족은 적어도 A씨가 B씨와 혼인관계가 유지 되어야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빌미로 마치 A씨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였고, 이러한 B씨의 비인격적인 처사에 변호사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정신적 위자료 손해배상 판결 받아
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이었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서면공방과 증인신문을 통해 B씨 및 그 부모가 A씨에 대하여 한 비인격적인 대우를 입증하였고, 결국 B씨가 A씨에게 혼인생활동안 입은 정신적인 손해를 배상하라는 위자료 판결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명백히 드러난 판결을 받은 A씨는 B씨의 도움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없이 체류기간 연장을 할 수 있었고, 그 후 국내에서 평온하게 체류하면서 회사에 취업하여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A씨는 처음 소송을 시작할 때에는 반신반의하였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B씨 및 그 가족들에게 받았던 억울함을 풀 수가 있었다며 무척이나 고마워하였고, 저 역시 변호사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A씨뿐만이 아니라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위와 같이 배우자의 귀책사유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 이혼 소송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해결책은 있는 법이니 절망하지 마시고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전문변호사의 적절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 법률사무소 이민 대표변호사 이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