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내에서 전체적인 결혼비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중국동포 및 외국인과의 결혼 비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에서, 이제 다문화 가정의 이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다문화 가정의 이혼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이혼이 아닌 혼인무효의 가능성에 대해서 문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혼이 기왕에 형성에 된 혼인을 사후적으로 해소하는 절차라면 혼인무효는 처음부터 혼인이 성립하지 앉았던 것으로 인정받는 절차라는 점에서 혼인을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이혼보다는 혼인무효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이혼과 혼인무효의 차이점
이혼과 혼인무효는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법률적 효과 면에서, 이혼은 이혼시를 기준으로 하여 앞으로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효과가 있지만, 혼인무효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양자 간에는 효과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가족관계등록부 등 의 기재내용을 보더라도 이혼의 경우에는 이혼사실이 공부에 적시되지만 혼인무효의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정정의 방법으로 혼인사실을 정정하게 됩니다. 특히 이러한 정정사실마저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혼인무효확정 판결에 추가하여 혼인과 관련한 상대방에 대한 형사자료(형사판결문,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서 등)을 함께 제출하여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을 요구할 수 있고, 가족관계등록부가 재작성되면 정정에 대한 기록마저 남게 되지 않으므로(대법원 가족관등록예규 제41호), 본인의 과거 혼인사실을 처음부터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기 원하는 입장에서는 혼인무효가 훨씬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혼과 혼인무효는 그 요건을 달리하므로, 무작정 혼인무효를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이혼의 경우에는 혼인파탄의 사실과 혼인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음을 원인으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혼인무효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당사자 간에 혼인의사가 없음이 확인되는 경우이여야 합니다(민법 제815조).
따라서 결혼 이후 도중에 배우자와 불화가 생겨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 경우라고 한다면, 설사 이것이 전적으로 배우자의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이혼을 통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혼인무효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요건 인정이 까다로운 혼인무효
나아가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혼인의사가 없었다면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법원에서 이를 인정하는 것은 제한적입니다. 먼저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아예 처음부터 상대방이 나타나지 않아 혼인생활을 유지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혼인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경우에는 혼인무효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다문화결혼과 관련하여 많이 문제되는 경우가 결혼을 원하는 일방이 중개업체의 소개로 외국에 나가 상대방을 만나 혼인을 하기로 합의하고 귀국하여 혼인신고를 마친 다음 상대방을 초청하였으나 그 뒤로 상대방이 입국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혼인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법원 역시 이에 대하여는 민법 제815조 제1호를 이유로 혼인무효를 인정한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짧게나마 한국에 들어와 혼인생활을 유지하다가 도중에 가출하여 연락이 안 되는 경우에는 일단 혼인생활이 개시 된 이후에 중도에 혼인이 파탄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혼인무효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 역시 수개월씩 짧게나마 혼인생활을 유지하다가 가출한 경우에는 일단 유효하게 혼인이 개시된 것으로 보아 상대방에게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와 관련한 많은 경우에서 혼인무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혼인무효가 아닌 이혼소송을 통해 혼인관계를 해소해야 합니다.
혼인무효에 있어 법률전문가의 도움 필요
다만 극히 예외적으로 짧게나마 혼인생활을 유지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정황자료에 의해 혼인무효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수행한 사례 중에는 중국에서 혼인하기로 합의하여 한국에 입국하여 약 1달간 같이 생활하였으나 이 기간 부부관계가 없었고, 또한 지인들에게 자신이 입국하면 바로 가출하여 취업할 것임을 공언한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여 혼인무효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혼인무효가 되느냐 아니면 이혼소송을 통하여야 하느냐는 법률적 평가의 문제가 달려있어 당사자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법률전문가의 충실한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