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올 해에는 TV 방송 및 언론을 가장 떠들썩하게 하였던 유명연예인의 출국명령 취소사건을 진행하기도 하였고, 제가 수행하였던 몇 건의 사건의 경우에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사건들의 경우에는 언론을 비롯한 주변에서 쏟아지는 과도한 시선과 판단을 의식하여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중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을 전후해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무실로 쏟아지는 기자들의 전화를 피하기 위해 모든 전화를 하나로 돌려놓고 전화를 받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재판 내내 저를 무겁게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외부에 알려진 떠들썩한 사건들보다도 개인적으로 더 신경이 쓰이고, 애착이 가는 사건은 사실 평범하지만 정 많고 따뜻한 분들을 위한 사건이었습니다. 올 초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항소심에서 수임하여 진행하였는데, 사건의 내용은 60세가 넘은 중국동포가 입국과정에서 제출하였던 서류에 허위사실이 기재되었다는 이유로 출국명령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저의 사무실을 찾아온 그 분은 말씀만으로 주변을 유쾌하게 하시는 분이었고, 오실 때마다 항상 조그만 중국과자며 음식을 가져오시는 정감 있는 분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에 있는 손녀의 등하교길을 책임지며 손녀와 찍은 핸드폰 사진을 매번 자랑스럽게 내미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에서 강제출국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셨는지 사무실로 전화하셔서 불안감을 토로하시는 일이 잦아지셨습니다. 그러다가 재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변변한 조문객도 없는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할 때 제가 느꼈던 참담함과 허망함은 지금도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또 한분은 한국에 시집와 살던 중국분이셨는데, 꽤 오랜 시간동안 한국에 있었음에도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시댁으로부터 이혼을 청구를 당하였던 사건이었습니다. 한국에 거처가 없어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그 분으로 부터 일요일 새벽 전화가 왔습니다. 방금 딸과 몰래 전화 통화를 하였는데, 자신이 집에서 쫒겨 난 사이 어린 딸아이가 시댁 친척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너무 놀라 함께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고, 아이를 데려와 병원에 마련된 센터에서 진술을 녹화하였습니다. 너무도 충격적인 내용에 진술을 듣는 동안 내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던 그 날의 기억도 쉽게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변호사는 숙명적으로 사건의 승소와 패소를 경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는 예상 밖의 승소로 인해 전율에 가까운 짜릿함을 느끼고, 반대의 경우에도 예상치 못한 패소로 인해 헤어 나오기 힘든 충격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좋은 결과가 의뢰하신 분에게 가장 기쁜 일이겠지만, 결과 자체를 변호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의뢰인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분들이 말하는 세세한 부분 까지도 함께 고민하면서 신뢰를 쌓았다고 하면 적어도 사건에 있어 후회가 남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중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분은 평택으로 시집왔다가 위명여권문제로 인해 출국명령을 당하신 분이었는데, 2년 가까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지만 결국은 다른 문제까지 밝혀져 중국으로 강제출국 당하셔야 했습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결과에 오히려 그 분이 저를 위로하면서 ‘변호사님은 최선을 다하셨다’고 말씀하실 때 승소할 때와는 또 다른 뭉클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2016년이 시작됩니다. 새롭게 만날 의뢰인들에게 그들의 입장과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변호사가 되자는 개인적인 소망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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