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범죄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인식
그러나 아직도 일반국민들 사이에서는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범죄를 범할 경우 한국인이 같은 종류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와 비교할 때 훨씬 더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비난과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출신을 문제 삼아 해당국가 외국인 전체나 중국동포 전체를 범죄자와 동일시하면서 비난을 가하는 것은 결코 타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러한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어 여과 없이 퍼져가는 것은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들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을 낳는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동포 범죄사건에 고려해야 하는 양형 사유
한편 중국동포나 외국인들에 대한 형사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범죄가 명백하여 이에 대한 처벌 역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이기는 하나,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의 딱한 사정에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고용주인 한국인이 막무가내로 임금을 주지 않거나 터무니없이 불합리한 처우가 원인이 되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를 접하게 될 때면 괜히 제 스스로가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최근 신문이나 TV 뉴스 등에서 크게 보도되었던 중국동포 관련 범죄를 우연치 않게 여러 건 맡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건 중에는 정말 중한 처벌 받아 마땅한 범죄도 있었는가 하면 범죄자가 처한 딱한 사정에 동정이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부모님이 모두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 할머니에 의해 키워진 청년이 성장하여 한국에 들어와 열심히 일하였으나 사업주의 계속된 임금체불로 인해 극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고, 더욱이 이로 인해 정신질병까지 얻게 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탈행동을 하여 체포된 사건의 경우에는 제 마음이 크게 쓰이지 않을 수 없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 청년은 중국에서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정말 뛰어난 학업성취를 이루었고, 이를 토대로 한국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 했으나 한국 사회의 차별과 냉대로 인해 성공은커녕 6개월이 넘는 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고, 결국 심각한 우울증까지 걸리게 된 경우였습니다. 재판부 역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매우 이례적으로 집행유예의 판결을 해주었는데, 작년 한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판결이었습니다.
중국동포와 관련한 형사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이처럼 중국동포들이 처한 특수한 사정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구체적인 사정은 재판부가 양형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사건을 진행하는 변호사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찾고 발견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올해에도 사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