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단순히 주먹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때렸을 경우와 옆에 있던 술병으로 때렸을 경우에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의 양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심지어 흉기로 인한 피해가 적고 반면 주먹으로 때려 피해자에게 더 중한 피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흉기를 소지한 경우가 더 중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한국 형사법에서 칼과 같은 흉기가 갖는 위험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범죄에 대하여는 일반 형법이 아닌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이른바 폭처법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형법상 단순 상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형법 제257조 제1항), 단순 폭행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형법 제260조 제1항), 단순 협박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283조 제1항).
즉 흉기를 소지하지 않은 단순 범죄의 경우에는 징역형 뿐 아니라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가해자가 초범이고, 사건이 술자리 등에서 우발적으로 이루어 진 경우와 같이 충분히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하면 징역형이 아니라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폭행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로 바로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고, 검찰단계에서 기소유예 등의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흉기를 소지하고 폭행·협박 한 경우
그러나 칼과 같은 흉기를 소지한 채로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의 처벌은 전혀 달라집니다. 흉기를 소지하고 폭행이나 협박을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 상해를 가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3호)에 각 처하도록 법률이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 조문 자체에서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아무리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벌금형 처벌은 불가능 하고 그나마 가능한 최선의 선처는 단지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정도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사건에 있어서 중요한 실제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에서는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을 강제퇴거명령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의 해석에 있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자도 위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경미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되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이들에 대하여 강제퇴거명령 내지 출국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중국동포들에 관한 중국 형사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과 다른 문화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다툼의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상대방에게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실제로는 칼을 사용하여 상해할 의도가 없음에도 칼을 들었다가 폭처법으로 입건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을 실제로 해할 의사는 없었다고 진술을 합니다. 자신을 무시해서 또는 너무 화가 나서 상대방에게 겁을 주고 다시는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칼을 들었던 것뿐인데 왜 이리 엄중하게 처벌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칼을 몸에 지니고만 있었는데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중하게 처벌하다니 한국 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합니다. 칼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이렇게 쫓겨나게 될 줄 알았다면 칼을 들지 않았을 텐데 정말 몰랐다고, 중국에서는 이런 일로 이렇게까지 처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피해자가 부인의 경우로,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피해자인 부인이 직접 남편을 탄원하면서 부부지간의 일인데 우리가 괜찮다는데 왜 경찰이 내 남편을 잡아다가 처벌을 하느냐면서 선처를 호소하지만, 이로 인해 폭처법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형사처벌과 강제퇴거명령 취소
법에 무지하여 벌어진 이러한 종류의 사건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폭처법’의 적용을 피할 수 없는 이상 이후의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먼저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그리고 사건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여러 사정을 재판부에 제출하여 가해자가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형량을 선고 받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위와 같은 형사처벌을 이유로 출국명령 또는 강제퇴거명령을 받게 되면 위 출국명령이나 강제퇴거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억울함을 다투어야 할 것입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에 의거하여 거의 기계적으로 강제퇴거명령이나 출국명령처분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하여 법원은 예외적으로 이러한 경우에도 체류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을 취소한 사례가 있고, 실제로 제가 수행한 사건 중에도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한 출국명령을 취소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건 초기단계부터 법률전문가의 충실한 도움을 받아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이민정 변호사 (법률사무소 이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