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공적인 영역에서 특정인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 공적기관에서 해당 당사자에게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사자 개인의 발전은 물론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실제로 사회 구성원들의 권리의식과 비판의식이 날로 더해져 가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불이익한 결과에 대하여 제대로 따지고 물을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충실히 뒷받침 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출입국 행정에 있어 처분사유의 문제
그러나 출입국행정에 있어서는 아직도 당사자에게 제대로 묻고 따질 수 있는 기회가 충실하게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습니다. 특히 출입국행정에 있어 출국명령, 강제퇴거명령, 귀화불허와 같이 불이익한 처분을 함에 있어 담당 행정청이 제시하는 ‘처분사유’와 관련한 문제들을 볼 때 더욱 그러합니다.
‘처분 사유’란 행정청이 그러한 처분을 하게 된 이유를 처분서에 기재하는 것으로써, 행정청은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과 함께 해당 처분사유를 반드시 기재하여야 합니다. 처분을 받게 된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어떠한 이유에서 그와 같은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알아야만 해당 처분에 대하여 수긍하거나, 아니면 처분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처분사유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데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들에 대하여 출국명령, 강제퇴거명령, 귀화불허와 같은 불이익한 처분과 관련하여 처분 사유를 기재함에 있어 출입국관리법 제11조나 46조, 68조와 같은 근거 법조문만을 기재하거나, 아니면 아예 처분사유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실제로 출국명령이나 강제퇴거명령, 귀화불허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최초 처분문서에서는 처분사유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놓지 않다가 소송이 진행되고 나서야 겨우 처분사유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소송시작단계에서 조차도 두루뭉술한 사유를 주장하다가, 소송이 진행되면서 불리한 사정이 생기면 그때마다 처분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조차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처분사유 적시로 처분의 신뢰성 제고해야
행정절차법 제23조에서는 행정청이 어떠한 처분을 할 때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때 처분의 이유 제시정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당사자로 하여금 실질적인 처분의 이유를 제시하여 처분의 당부를 다툴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출입국 행정에서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마저 지켜지지 않은 가장 커다란 이유는 행정절차법의 적용범위를 규정한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에서 행정절차법의 적용대상에서 출입국 행정을 제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에서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명백히 부당한 행정절차의 진행에 대하여 위 조항을 근거로 면책을 주장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행정절차법의 적용대상에서 출입국행정을 제외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입법론적으로 상당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고, 또한 행정절차법에서 출입국행정을 제외한 취지는 긴급한 집행의 필요성이 존재하거나 이미 당사자가 출국해 버려 구제 실익이 상실된 경우와 같이 출입국행정이 갖는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행정절차법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고려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 성질상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당연히 처분청인 법무부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행정절차법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고, 이는 적법한 절차와 법률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법치행정 이념에 비추어볼 때 외국인이라고 하여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법원 역시 출입국행정처분과 관련하여 처분사유의 특정이 문제된 많은 사건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제대로 처분사유를 특정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처분사유를 확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제가 수행한 출국명령 취소소송이나 강제퇴거명령 취소소송, 귀화 불허 취소소송에서도 소송 진행 도중 불리한 상황에 처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뒤늦게 처분사유를 변경하거나 추가한 사례에서 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해당 처분을 취소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을 통한 사후적인 통제에 앞서 무엇보다도 담당 행정청인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스스로 불이익한 처분을 함에 있어 처음부터 구체적인 처분사유를 소상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당사자가 해당 처분에 대해 수긍하거나, 설사 수긍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위 사유를 가지고 구체적인 이의를 제기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출입국행정 사무 전체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