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우에 따라 사건의 진행방향은 크게 달라집니다. 먼저 비록 출국명령 사유로 지적한 내용이 사실이기는 하나, 출국명령 처분을 받은 외국인이나 중국동포가 처한 상황에서 출국명령까지 받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처분을 받은 자의 주관적인 여러 가지 사정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출국명령이 취소된 판결이 존재 하는지를 중심으로 사건을 진행하게 됩니다.
반면 출국명령 사유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처분 당사자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이므로, 이때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주장을 뒤엎을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여 이를 가지고 출입국관리사무소나 법원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특히 객관적인 증거 수집을 위해 본국의 정부로부터 확인서를 받거나 공적인 서류를 입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출국명령 취소 사건의 대부분은 주로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이나, 아예 출국명령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가 최근에 수행한 사건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출국명령취소 수행 사례
중국동포인 A씨는 14년 전 부터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A씨는 7년 전 사증 갱신을 위해 중국에 들어갔다가 몇 개월 뒤 다시 한국으로 나왔습니다. 한편 A씨가 한국에 나와 있던 2000년 대 초반부터 중국에서는 기존의 수기로 된 신분증을 전자 신분증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였습니다. A씨의 경우 과거 신분증에 기재되었던 생년월일은 음력생일을 기재한 것으로써 신분증상 생년월일은 ‘2월 29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자신분증에는 양력만이 기재되는 것이고, A씨가 태어난 해에는 양력으로 ‘2월 29일’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새로이 전자신분증이 발급되는 과정에서 위 ‘2월 29일’을 양력으로 변환한 일자가 새로운 생년월일로 입력되었고,
이로 인해 기존의 신분증 번호가 모두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A씨는 이렇게 변경된 새로운 신분증을 제출하고 7년 전 다시 한국에 입국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 14년 전 입국하였던 신분증과 7년 전 입국하였던 신분증상의 기재가 달라진 것을 알게 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A씨를 신원불일치자라고 의심하고 출국명령을 발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맡게 된 저는 소송과정에서 중국 공안의 확인서 및 한국 영사관의 관련 서류를 입수하여 제출하여 A씨의 억울함을 다투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진행하는 도중에 중국에 있는 A씨의 어머니가 중병으로 인해 회복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A씨는 임종을 지키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출국명령이 이미 이루어진 상태에서 일단 중국으로 출국할 경우에는 다시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하였습니다. 고심 끝에 저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에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겠으니, A씨에 대한 출국명령처분을 취소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미 소송 진행 과정에서 객관적인 증거가 제출되었으니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에서도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였으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하여 처분의 취소는 있을 수 없다면서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였습니다.
결국 A씨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이후 재판의 진행과정에서 재판부조차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이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출국명령을 취소할 것을 권고하였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A씨에 대한 출국명령처분은 재판을 통해 취소되어 A씨는 계속하여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로 인한 기쁨과 함께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슬픔을 토로하는 A씨를 보는 저로서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전향적 태도 요구
출국명령이나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재판 과정에서 처분이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변호사로서는 승소판결의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의뢰인의 즉각적인 구제를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하여 처분을 취소하면 바로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에서는 소송이 제기된 상황에서 처분을 취소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사건에 따라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려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분의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난 상황이라고 한다면 처분의 주체로서 잘못된 처분을 인정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취소하는 전향적인 태도 역시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